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Oct 19. 2024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9 - Half Moon Bay

Poplar Beach 산책

예행기간 내내 맑더니 오늘은 날이 흐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분위기다. Half Moon Bay를 향해 달리는 도로에 안개가 드리웠다. 시야에 들어온 산마루에는 구름이 안개와 뒤섞여 몽환이다. 러다 맑은 하늘이 살짝 내비치면 반가운 손님을 만난 듯 설렌다.


도로변과 산자락에는 우리와는 다른 크고 탐스런 갈대가 불꽃처럼 삐죽삐죽 솟았다. 근자에 우리 도심에서도 볼 수 있어서 낯설지 않지만 현지에서 자생하는 현장을 보는 느낌은 좀 다르다. 밭을 이루기보다는 불쑥불쑥 나타나듯  작은 군집을 이루고 있는 것이 재미있다.

11킬로미터가 넘는 산 마테오 대교를 지나 도착한 해변은 황무지 너머에 있다. 햇빛 한 점 없는 잿빛 하늘이 짓는 침울한 표정처럼 황무지에는 말라버린 잡초 대궁이에 꼬투리가 목화솜처럼 달려 해안선을 따라 광활하게 뒤덮고 있는 광경이 을씨년스럽다.

주차장 입구 팻말에 큰 매 한 마리가 앉았다. 익숙해져서인지 사람들이 다가가도 날아가지 않고 무덤덤하다. 덕분에 야생의 살아 있는 매를 직접 가까이서 보는 생생한 경험을 맛본다. 녀석도 360도 목을 회전하는 신기술을 슬쩍 선보인다. 샛노란 눈동자가 또렷하다. 해변을 도는 동안 같은 종류의 매를 여러 번 보았다. 매들이 넉넉히 살만한  좋은 환경인 이다. 미국은 어디를 가도 잘 보존된 자연이 살아 숨 쉰다.

해안가에는 칼잎 막사국이 모래 언덕을 뒤덮고 있다. 이곳 캘리포니아 해변은 어디를 가도 비슷한 형국이다. 꽃 피는 시절이 지났는지 어쩌다 한 두 송이만 외롭게 피었다.

칼잎 막사국

길고 너른 활한 백사장에는 흐리고 바람이 분다. 거센 바람에 세찬 파도가 몰아친다. 성난 바다라도 수면 위에는 새들이 무심한 듯 날아다닌다.  

추위까지 느낄 만큼 스산하고 쌀쌀한 분위기인데도 놀랍게도 수영하는 아가씨가 있다.  차림까지 비키니로 참으로 용감하다. 진취적인 그들의 일면을 보는 것 같다. 휘몰아치는 파도를 바라보며 독서하는 젊은이가 아주 낭만적인 장면이다. 어디서나 독서하는 모습은 참 아름답다. 나도 늘 책을 가까이하는 저 젊은이 같은 삶을  소망한다.

한적하지만 가족 단위로 나들이하는 이들이 다.  어린 자녀들까지 자전거를 타는 가족들의 단란하고 건강 미 넘치는 모습도 만난다.. 가정을 소중히 여기는 그네들의 삶이  보기 좋다. 어릴 때 자녀들과 충분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부모가 되는 첫걸음이다.

해안 절벽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암석이 아닌 흙으로 구성되어 그런  듯하다. 보행로에도 쩍쩍 갈라진 금이 보인다.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한다. 공연히 발걸음이 조심스럽다.

바람이 많이 부는 탓에 나무들이 크지 못하고 옆으로만 굵어졌다. 꼭 붙어 서로 의지하며 더불어 사는 나무의 모습이 따뜻하다.


모래 해변을 맨발로 한참  걷다가 해변가 산책로도  오 걸었다. 바다도 마음껏 감상하고 사람들도 구경했다.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아 흐린 날이지만 꽤 즐거운 시간이었다.

#미국여행 #바다 #HarfMoonBay #파도 #산책 #매

매거진의 이전글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8-Awesome!스탠퍼드 대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