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미국 땅인데도 샌프란시스코에는 의외로 공원이 드물다. 오늘 찾은 곳은 미국에 와서 처음 가게 된 Golden Gate Park다. 헤이워드에서 불과 한 시간밖에 떨어지지 않았는데도 그곳과 달리 상당히 춥다. 기온 차로 긴 옷을 입었음에도 몸이 어쩐지 으슬으슬하다.
모처럼 현지인인 큰 누이를 빠고 여행객인 우리만의 첫나들이다. 공원에 도착해서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해 주변을 한참 돌아야 했다. 주차창은 따로 없고 도로 갓길에 차를 세워야 한다. 평일 오전인데도 자리가 없다. 그만큼 이곳은 시민들이 자주 찾는 장소인 것 같다
공원은 도로를 따라 아주 길게 조성되었다. 공원에 들어서면 큰 거인들 같은 나무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굵기도 하지만 나무 높이가 놀랄 정도로 키가 크다. 숲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동화속 난쟁이가 되는 기분이다. 대부분 우리에게 낯선 나무들이다. 특히 호주가 원산지인 유칼립투스가 많은데 수피가 거스러미 처럼 일어나 지저분한 인상이다. 대형 소나무와 편백 종류의 나무도 있는데 수형이 아주 아름답다. 나무 밑에는 녹색 잔디가 깔렸고 잔디밭에는 흰색 데이지가 듬성듬성 피어 요정처럼 깜찍하다.
데이지
공원에 가자마자 곧바로 큰 나무 아래 잔디밭에 자리를 잡았다. 바람이 찼지만 햇살은 따스하다. 점심시간이 지나 요기부터 먼저 하고 공원을 돌아보기로 했다.
누이들과 여행을 하는 덕분에 점심을 챙겨 오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고 식사도 만족스럽다. 새벽에 일어나 다소 부산하지만 요리를 함께 하며 활기찬 아침을 연다. 풍성한 식재료가 침이 도는 근사한 요리로 변신하는 순간이다.요리 경력이 대단한 여자 다섯이 해내는 음식이니 결과는 좋을 수밖에 없다. 점심도 그 연장선상에 있으니 미국에 왔지만 집에서 먹는 것 이상으로 잘 먹는다.
공원에는 운동하는 이들이 많다. 작은 운동장에서 농구를 하고 공원 주위를 달린다. 가장 많이 보이는 이들은 강아지와 노는 사람들이다. 다양한 종류의 개들이 신나게 뛰논다. 대부분이 대형견이고 평소 보기 힘든 개들이 많다. 특색 있는 개들을 구경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성인들이 많이 뛰지만 학생들이 단체로 뛰기도 한다. 그들은 쌀쌀한데도 짧은 옷차림이다. 건강미 넘치는 이들로 공원 안에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친다.
푸른 잔디밭에서 누이들은 아이들 마냥 신이 났다. 제각각 포즈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주변 경관과 식물에 관심이 많은 나는 누이들과 거리를 두고 홀로 공원을 거닌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데 누이들이 나를 찾는다. 합류하여 산책로를 함께 돌았다. 걷다 달리는 이들을 위해 옆으로 비켜주면 활짝 웃으며 뛰어간다. 그런 모습이 참 아름답다. 성숙한 시민의식이다.
공원 주변에는 고풍스러운 주택가다. 특색 있는 개인 주택들이 연이어 있다. 동네가 깔끔하고 고급스럽다. 미국에서는 아파트가 드물고 대부분 단독주택이다. 너른 땅을 가진 큰 나라가 지닌 여유다. 도로에 전차가 다니는 것도 신기한 광경이다. 일반 차량이 지나는 길에서 전기선을 달고 달린다.
집으로 돌아가는길은 산 마테오 대교를 지난다. 해가 집을 찾아가는 시각, 바깥 풍경은 화폭으로 변신한다. 연한 수채화가 피어난다. 파스텔톤의 부드러운 색채가 세상을 온통 물들였다. 환상의 세계를 지나간다. 여행의 하루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