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Oct 21. 2024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12  힙하네! 이곳

Palace of Fine Arts에서 꿈같은 시간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지나 이 도시의 명소를 찾아간다.

Palace of Fine Arts는 아름다운 예술 궁전일 뿐 아니라 꿈의 궁전이다. 고대 그리스 양식의 거대하고 우아한 기둥이 줄지어 있고 로마 웅장한 돔이 호수와 어우러져 빚는 풍광은 눈부시다. 인공으로 조성된 공간이라지만 찾아오는 이들의 감성을 깨우기에는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샌프란시스코 도심

한눈에 사랑에 빠졌다. 열주들이 압도하는 고전적인 분위기에 고요한 호수가 자리하고 적막을 깨우는 어린아이의 외침처럼 분수가 솟다. 호수 건너 초장은  잘 다듬어진 페어웨이 같다. 장엄한 거목들이 곳곳에 위병들처럼 서 있고 산책로에는 희귀한 식물들이 자라며 꽃이 폈다. 호수에는 오리가 유유히 노닐고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에는 왜가리를 위시한 새들이 둥지서 쉰다.

참으로 아름다운 공간이 도심에 자리 잡았다. 그림처럼 매혹적인 풍경에 사람들은 시름을 잊고 위로를 받고 안식을 누린다. 연인들, 가족들, 친구들은 사랑과 우정을 키운다. 이방인인 우리도 잊지 못할 명화를 마음에 그려 넣는다. 예술에 문외한이라도 이곳에서는 모두가 예술가가 된다. 누구나 뛰어난 작품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Bernard Maybeck이 디자인을 했다. 1915년 파나마 퍼시픽 엑스포(Panama Pacific Expo)에서 예술품 전시를 위해 세워진 건축물이라고 한다.

입구에 로즈마리가 활짝 피어 사람들을 맞이한다. 웅대한 고대양식의 건축물 안으로 들어서면  유적지를 찾아 나선 듯 대를 거슬러 올라간 느낌이다. 그만큼 옛 양식을 잘 재현했다. 위를 쳐다보며 걷다가 호수가 눈에 들어온다. 호수가 있음으로 풍경은 새롭고 다채롭다. 디를 돌아봐도 매력적이다.

풀밭에 자리를 잡고 소풍을 나온 듯 점심을 먹는다. 준비한 식탁은 화려하지는 않지만 알차다. 소박한 식사라도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어느 만찬이 부럽지 않다. 머리맡에 있는 큰 나무도 시샘이 나는지 꼬투리를 떨어뜨리며 참견을 해댄다.  

식사 후에도 유희의 시간이 이어진다. 흐리던 하늘이 개어 찬란한 빛을 뿌린다. 빛은 사물을 빛나게 한다. 똑같은 풍경이라도 밝은 햇살 아래서 자연은 새 얼굴을 얻는다. 곱게 단장한 신부를 맞이하듯 눈이 밝아진다.

풍경에 취해 홀로 걷다 일행과 멀어졌다. 같은 공간에 있으니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좋은 곳에 머물면 사람들도 좋은 사람이 된다. 처음 보는 이방인이라도 스스럼이 없다. 기꺼이 사진을 찍어주며 마음을 나눈다. 아름다운 장소가 베풀어 주는 마음을 주고받는 나눔의 마당이다.

미적 감흥을 유유자적하게 누리는 시간이 간다. 선경에 들어 세월 가는 줄 몰랐더니 전화가 세상으로 불러낸다. 누이들이 이제 그만 가자고 성화다. 이렇게 여행의 하루가 간다.


#미국여행 #Palace_of_Fine_Arts #샌프란시스코 #누이

매거진의 이전글 누이들과 미국 여행기 11 - 공원을 찾아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