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석진 Feb 13. 2023

시작은 설렘이자 두려움이다

새내기 직장인에게 들려주는 선배의 이야기

시작은 설렘이자 두려움이다. 가보지 않은 길은 호기심도 있지만 불안도 은근슬쩍 끼어든다.

살다 보면 처음이라는 경험은 누구나 겪는 일이다.


성인이 되어 첫 직장에 출근하는 것은 개인에게 있어서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장기간 경기 침체 여파로 구직이 어려운 이때에 치열한 경쟁력을 뚫고 어렵게 쟁취한 직장이니 오죽할까!

감회가 어떠할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오늘 직장에서 첫  출근을 한 새내기 여직원을 만났다.

딱 봐도 행동거지에 신입이라는 태가 도드라진다. 신출내기는 어떻게 해도 신입일 따름이다.

그 직원을 마주하니 직장생활을 거의 마무리한 지금, 예전의 기억이 떠오른다.

 

지방에서 상경하여 청운의 꿈을 품고 서울로 취업하여 입성한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은 은행이었다.

본점 영업부에 발령받아서 출근을 하게 되었다. 큰 건물이 주는 위세에 더 떨림이 컸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그날 그 광경은 어제처럼 선명하다. 눈부시게 환한 조명아래 사무실이 얼마나 컸는지 끝이 보이지 않았다. 거의 운동장 크기의 사무실에 정장을 차려입은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위압감에 절로 주눅이 들었다.

그날 나는 완전 바보가 된 심정이었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했고 또 한편으로는 못할 것이 또 무엇인가 하는 치기가 왔다 갔다 했다. 그렇게 시작한 직장 생활이 장장 40여 년이 흘렀다.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신입사원에게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시작하는 일은 미숙할 수밖에 없다. 당연하게 실수도 뒤따른다. 이는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의례다.

그런데 사람들은 자존심으로 인해 자신의 취약함을 내보이고 싶지 않아 한다. 잘하려는 의욕이 앞선다.

자신감은 필요한 덕목이지만 현실을 넘어서면 부메랑이 되어 자신감 상실과 저하로 이어진다. 

자기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아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어리숙하지 않으려 하고 실수를 하지 않으려 하면 더 미숙하게 보이고 실수도 더 하게 된다.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솔직한 모습은 오히려 당당하게 비친다.

새내기의 특권을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해 보지 않은 일은 당연히 미숙하다.

잘하지 못하는 것이 정상이다. 절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고 움츠러들 필요도 없다.

그래서 모르는 것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일정 시기가 지나면 묻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이 때는 실수가 용인이 된다. 이런 좋은 기회에 다양한 시행착오를 경험해 봐야 한다.

실수를 통해서 배운 것들은 절대로 잊을 수 없다.


실수를 했을 때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토익 듣기 시험을 볼 때 1번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하는 경우에 2번, 3번을 넘어가면서도 1번에 대한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절대로 그렇게 놔둬서는 안 된다. 1번 문제는 그대로 끝을 내야 한다. 그래야 다음 문제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다. 지나간 것은 흘려보내고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직장 일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람과의 관계로 야기되는 것이다. 인간관계가 어려워지면 정말로 어렵다. 여기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몇 사람은 친하게 되고 대부분은 무난한 사이가 된다. 개중에 한 둘은 나를 싫어할 수 있다. 이를 이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매여서는 안 된다.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물론 모든 사람들과 아무 문제없는 것이 최상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새내기는 모든 면에서 부족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반드시 그래야만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업무가 생기거나 변화가 있을 때 이를 먼저 정확히 숙지하게 되면 최소한 그 영역에서는 전문가가 될 수 있다. 기존 선배들은 현업에 바빠 새로운 정보를 숙지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하나 둘 지식들이 축적이 되면 많은 부분에서 '알고 있는' 우위를 점하게 된다. 물론 기존 업무를 숙지해야 하니 만만치 않은 일이지만 배우려는 의욕이 충만할 때 그 점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하루를 돌아보고 일기를 쓰는 일도 중요하다. 느낌과 감상을 기록하면 좋겠지만 최소한 일어난 이벤트만 기록해도 충분하다. 기록을 통해 하루 동안 잘하고 못한 것을 돌아보고 오늘 보다 더 나은 내일을 계획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업무를 익히는 것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겠지만 짬을 내어 독서하기를 권한다. 독서로 마음의 쉼을 얻고 삶의 통찰을 얻으며 생각이 정리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종합적인 사고력이 길러지는 독서는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준다. 출발선은 모두 동일하지만 독서라는 작은 씨앗을 심고 물을 주고 기르면 세월이 흐른 후에 큰 차이가 벌어지는 놀라운 결과를 반드시 목도하게 될 것이다.


건투를 빈다. 세상은 여러분의 것이다.


#에세이 #신입 #출발 #시작 #실수 #솔직 #용기 #독서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매거진의 이전글 이제는 우리가 도울 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