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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 25. 2023
잘하고 싶다면 기본이 답이다
빨리 가는 지름길은 기본을 탄탄히 하는 길이다
기본이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있다. 사전적인 의미는 사물이나 현상, 이론, 시설 따위를 이루는 바탕을 뜻하는데 근본과 기초라는 단어와 궤를 같이한다.
무슨 일을 하면서 별 탈이 없이 잘 진행되면 좋은 데, 뭔가가 어긋나서 진척이 더디게 되면 일단 멈추고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된다. 그 시점의 화두는 대개 기본이 되기 쉽다. 우리가 자주 이야기하는 중요하지만 긴급하지 않은 그 무엇이 기본이 아닐까 한다.
최근 삶에서 기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되새기게 하는 몇 가지 일들이 있었다. 먼저는 탁구를 치면서 깨닫게 된 것은 기본이 제대로 돼있지 않으면 아무리 연습을 해도 실력이 향상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어릴 적 교회에 다니게 되면서 처음 탁구를 접하게 되었다. 어떻게 치는 줄도 모르고 남 하는 것을 보며 어깨너머로 배웠다. 제대로 넘기는 것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위주로 치게 되었다. 비슷한 또래끼리 어울리다 보니 기술 연마는 안중에도 없고 무조건 이기려는 경쟁심이 앞섰다. 그런 이유로 당장 상대를 꼼짝 못 하게 하는 편법만 늘게 되었다. 그러다 한동안 잊고 지냈다.
얼마 전부터 다시 탁구를 접하게 되면서 제대로 배우고 싶은 마음에 레슨을 받게 되었다. 의욕은 차고 넘쳐서 빨리 고급 기술을 익히고 싶지만 생각대로 되질 않았다. 기존에 몸에 밴 나쁜 습관들이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제대로 된 폼으로 공을 넘겨야 하는 데 그저 넘기는 것이 우선이 되어 순간적인 손목의 힘으로 라켓을 뒤집는 것이 습관으로 굳어 있었다. 그러다 보니 순간적인 대응은 곧잘 하는 데, 랠리가 이어지기가 어려웠다. 의식적으로 뒤집지 않으려는 필사의 노력을 해보지만 다른 이들과 게임을 하게 되면 여지없이 옛날로 돌아가버렸다. 기본이 안 갖춰지니 그 자리에 머물게 되고 실력 향상은 어려웠다. 오히려 나보다 한참 못 친 이들이 레슨을 받으며 기량이 일취월장해서 나를 압도해 버렸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나쁜 습관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 가지는 합창단에서 노래를 하며 느낀 것이다. 예전부터 나름 노래를 좋아하고 잘한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래서 합창단에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테너 파트를 하게 되어 상대적으로 고음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두 시간을 연습하면 한 시간도 지나질 않아 목이 잠겨 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잘 올라가지 않는 고음을 목을 쥐어짜서 억지로 부르다 보니 무리가 오게 되고 숨이 차고 너무 힘이 들었다. 발성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노래에 관심이 있던 터라 성악하는 친구에게 한동안 레슨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때 호흡과 발성의 중요성을 귀가 따갑도록 들었었는데 까맣게 잊어버린 것이다. 합창단 지휘자님의 세심하고 끈질긴 지도로 성대가 아닌 비강을 울리며 소리를 내는 연습을 차근차근하게 되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원칙을 지키며 소리를 내는 노력을 경주했다. 좀 지나서는 나도 모르는 사이 고음 내는 것도 자연스러워졌고 두 시간 내내 노래를 해도 목은 말짱했다. 기본을 다지고 그 바탕 위에 소리를 얹으니 편안해진 것이다.
마지막은 글쓰기에서 느낀 점이다. 주위에 글을 잘 쓰는 이들이 차고 넘친다. 나도 그렇게 잘 쓰고 싶었다. 하지만 생각만 앞설 뿐 쉽지 않았다. 글쓰기는 절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독서와 글쓰기 연습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기본이 되는 노력은 다하지 않고 결실을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왕도는 없다. 꾸준히 계속 쓰는 것이고 좋은 글을 많이 만나야 한다. 좋은 글들은 그런 노력과 시간이 축적된 결과물이다.
무엇이든지 제대로 하려면 기초부터 차근차근해야 한다. 지름길이란 없다. 단기간에 잘하려고 잔재주를 익히면 임기응변으로 반짝일 수는 있겠지만 모조품처럼 금방 그 빛을 잃게 된다. 빠른 길을 간다고 준비 없이 서두르면 처음에는 남보다 빨리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기본이 없는 밑천은 금방 드러나게 되어 있다. 시작할 때 탄탄히 준비하는 시간으로 좀 늦어질지 몰라도 시간이 흘러가면 기본이 되어있는 진가는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 있다. 기초부터 우직하게 가는 길이 결국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