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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Mar 07. 2023

이럴 수가! 왜 이렇게 힘들지?

오랜만에 산행이 준 교훈

오늘은 우리의 신체가 참으로 오묘하다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게 된 날이다.


지금은 근무시간이 여유가 많아서 자유롭다.

 날이 좋아서 전부터 맘에 담고 있던 계획을 오늘 실행에 옮겼다. 점심을 먹고 나서 직장 근처에 위치한 용마산을 올랐다.  사무실이 사가정역 근처인지라 산자락까지는 꽤 거리가 있어서 따릉이를 타야 했다. 한 시간 안에 산마루까지 다녀올 요량이었다.


따릉이를 타고 오르는 도로가 무척 힘이 들었다. 오르막이 이어지고 경사가 가팔랐기 때문이다.  허벅지가 터지도록  단단히 힘을 주고 페달을 밟아야 했다. 산 아래까지 있는 힘을 다해 오르니 숨이 막히고 땀이 송골송골 솟았다. 두꺼운 외투를 벗은 가벼운 차림이어서 천만다행이었다.


산 초입에서 따릉이를 임시 잠금을 하고 산을  올랐다. 따릉이 타는 시간이 10분 정도 소요되어 남은 시간은 50분 남짓이었다. 주택을 끼고 오르는 산길은 계단으로 잘 정비되었고 수량은 많지 않아도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도 있었다.


오늘은 날이 많이 푸근해져서 봄기운이 났다. 하지만 산속 풍경은 여전한 겨울 그대로의 모습이다. 참나무는 겨우내 서있던 헐벗은 자태 그대로였고 지난가을에 떨어진 낙엽들은 발치에 뒹굴고 있다. 도토리도 깍정이만 남아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사람들이 자주 다녀서인지 발에 밟힌 낙엽은 패잔병처럼 바스러져 온전한 제 모습이 아니다. 길가에 덤불처럼 모여 삐죽삐죽 자라는 국수나무도 마치 말라버린 뼈다귀 같이 스산한 모습으로 봄의 자취를 종내 찾아볼 수가 없다.


중간에 놓인 벤치도 을씨년스럽다. 메마르고 황량한 배경에 덩그러니 의자만 놓여있어서 휑한 느낌이다. 텅 빈 산에 혼자 올라 쓸쓸한 마음이었는데 반려견과 산책 나온 분이 있어 반가운 눈인사를 나누고 힘을 내어 오른다.  


멀리 푸른 소나무 군락에 눈이 밝아진 느낌이다. 죽어있는 대지에 오아시스처럼 신선함이 묻어난다. 사막이 힘든 것은 생명의 숨결을 느끼기 어려워서가 아닐까를 생각한다. 오를수록 산길이 상당히 가파르다. 산아래에서 보이않던 진달래가 보인다. 아직은 아기 젖꼭지만큼 작은 꽃망울이 달려 있을 뿐 봄이 미동도 느껴지지 않는다. 경사진 산길이어서 지그재그로 길이 났다. 특이한 것은 이끼류가 많이 보인다는 점이다. 바위를 덮고 있는데 푸른 생기가 없이 축 처져 있다. 이 녀석들도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쉬지 않고 오르는 걸음이 상당히 힘들다. 오래간만에 오르는 산행임을 몸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전에 동국대 지근에서 근무할 때는 매일 남산에 올라 힘든 줄 전혀 몰랐는데 지금은 헉헉대는 것이 너무 이상하다. 결국 중간에 쉬며 한 숨을 돌린다. 산마루가 거의 코 앞이다. 여세를 몰아 마침내 능선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내려오는 이에게 물어보니 꼭대기 까지는 5분만 더 가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초행길이고 내려가는 소요 시간도 알 수 없어 내려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능선에 잠시 서서 발아래를 내려다본다. 오랜만에 산마루를 등정해서 뿌듯하다. 희끄무레한 운무에 쌓인 도심이 저 멀리 북한산 자락까지 펼쳐져 있다. 오후 빛나는 햇살에 반사된 경치가 마치 바다처럼 신기루 같아  보인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 않았다. 오르는 것보다 쉬운 하산이지만 경사가 급하고 낙엽이 깔린 길이어서 미끄러질 위험성이 다분했다. 조심조심해서 내려왔고 20여분의 시간이 있어 여유롭게 내려왔다.


내려와 보니 목이 답답했다.  마치 전속력으로 장거리를 달리고 나서 속이 칼칼한 그런 불편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다리가 아팠다. 평소 근력운동으로 몸이 많이 탄탄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산을 오르는 데는 또 다른 근육이 필요한 것이었다.


몸은 정말 이상하고 신기하다. 연습과 훈련을 통해 많은 연단이 되었다 하더라도 한동안 쉬게 되면 금방 예전으로 돌아가 버린다. 전에 요가를 꾸준히 했을 때는 유연성이 꽤 좋아졌는데 한동안 쉬었더니 완전히 굳어 뻣뻣한 몸으로 돌아가 버렸다. 무슨 일이든 좋아지기는 어려워도 나빠지는 것은 참으로 쉽다. 진전을 위한 길은 반드시 인내가 필요하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가며 노화에 들어선 몸은 더더욱 그렇다. 게으른 대로 방관해 버리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는 뚝처럼 순식간에 약해지고 나빠진다. 오늘 오랜만에 오른 산행이 준 깨달음이다. 사는 동안 건강하도록 치열하게 그리고 한결같이 꾸준하게 운동에 힘써야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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