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가족캠핑장을 찾아
난생처음 캠핑장을 찾았다. 캠핑 자체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지만 캠핑 장비를 펼치고 조립하는 일들이 내겐 너무 버겁고 어려운 일이라 아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캠핑은 나와는 거리가 먼 딴 나라 이야기였다. 그런데 캠핑과 친해져야 할 일이 생겼다. 오는 유 월에 몽블랑 트레킹을 가게 된다. 몽블랑 트레킹은 이태리, 프랑스, 스위스를 아우르는 대장정으로 부득이 야외에서 야영을 해야 한다.
몽블랑 트레킹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배낭에서부터 텐트를 비롯해 등산화까지 모든 것이 필요했다. 캠핑에 깜깜이인 나는 계획한 분께 모든 것을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풍부한 선배가 있는 덕에 나로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대단한 여정에 운 좋게 참여하게 되었다.
우리 다섯은 사전 준비로 체력을 다지기 위해 매주 산을 등반 중이다. 이번 캠핑도 훈련의 일환으로 구입한 1인용 경량텐트와 슬링픽백을 점검차 이번 일정을 갖는다. 캠핑 장소는 중랑캠핑장이다. 이곳은 인기가 많아 주말은 예약하기가 어렵고 평일은 여유가 있어서 이용하게 된 것이다.
캠핑장 위치는 서울 도심에 있다. 서울 복판에 이렇게 좋은 캠핑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캠핑 시설도 다양했다. 텐트를 직접 치고 야영할 수 있는 곳이 있고, 몸만 와도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글램핑장도 있다. 취침을 하지 않고 친구들과 자연 속에서 즐기다 갈 수도 있게 꾸민 시설도 구비되었다. 이곳은 누구라도 마음만 먹으면 숲이 우거진 자연 속에서 하루를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멋진 장소다.
우리는 훈련을 하기 위해 데크가 없는 맨 땅을 야영지로 선택했다. 오늘의 가장 주요한 목표는 1인용 텐트와 침낭을 직접 사용해 보고 적합 여부를 을 알아보는 것이다. 장거리를 걸어야 했기에 등산 용품 선택 시 무게가 최우선 고려 요인이다.
이번 트레킹에는 다양한 경험과 연륜이 있는 이들이 모였다. 이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소지도 다분하다. 몸에 밴 자신만의 견고한 삶의 방식이 있기 때문이다. 하루를 함께 지내면서 이 상황을 절감할 수 있었다. 함께 식사를 하면서 사소한 것에서 의견이 갈렸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불판 위에 고기를 그대로 두고 먹을 것인지 잘 익은 고기는 따로 옮겨놓고 먹을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면 다툼이 된다. 기질도 많이 다르다. 준비성 제로인 나는 개인 용품만 챙겼다. 나와 대조적으로 일행 중 한 분은 아주 꼼꼼했다. 하루 묵을 준비물을 기록하며 세세히 준비했다. 그분 덕분에 우리는 만족스러운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각자 장점을 잘 발휘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한다면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 사전에 이런 경험들은 아주 유익했다.
오늘 현장에서는 캠핑 숙련자가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먼저 4인용 텐트를 치면서 약간의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텐트를 쉽게 칠 수 있었다. 반면에 이번에 구입한 1인용 경량 텐트는 쉽지 않았다. 일단 텐트를 대충 치기는 했지만 거의 움막 수준으로 허술했다. 하지만 경험자의 손길이 더해지니 텐트다웠다. 경험은 값으로 칠 수 없는 소중한 자산이다.
캠핑의 즐거움에서 먹는 것은 뺄 수는 없다. 오늘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겹살을 구워 다양한 야채와 곁들여 먹었다. 밥은 즉석밥으로 대체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용품들을 잘 챙겨 온 분 덕을 톡톡히 누렸다. 식사를 즐거움 속에서 배부르게 마치고 기대하지 않은 불멍도 할 수 있었다. 아주 작은 화로인데 불 피우기도 쉬웠고 땔감도 적게 들었다. 그럼에도 캠프파이어 분위기는 확실히 났다.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엄청난다. 이 작은 소품이 주는 효용을 보며 더 확실하게 깨달았다. 지혜로운 자와 동행하는 삶이 얼마나 유익한가 하는 점이다. 저절로 감성에 젖어 자연스럽게 노래가 나왔다. 짧지만 참 멋진 순간이었다. 시간이 마구 흘러 금방 밤이 깊었다.
4인용 텐트에 2명이 자고 나머지 두 사람은 각각 1 인용 텐트에 들었다. 밤사이 비가 온다고 하여 걱정도 조금 되었다. 슬리핑 백은 처음에는 괜찮은 것 같았다. 하지만 새벽녘에 비가 오고 기온이 떨어지니 추워서 재킷을 입어야 했다. 몽블랑에서는 더 추운 날씨가 예상되었기에 발열 내의를 준비하기로 했다. 확실히 사전에 점검하고 준비하는 것은 중요한 일 같다.
베개도 없는 딱딱한 잠자리라 몇 번 뒤척이긴 했어도 비교적 잘 잤다. 밤사이 비가 많이 내렸다. 1인용 텐트는 빗물이 스며들지 않았다. 공간이 좁아 불편한 점은 있었지만 비교적 무난한 평가를 받았다. 새들의 노랫소리에 일찍 눈을 떴다. 비가 와서인지 기온이 쌀쌀했다. 패딩을 껴입고 산보를 나섰다. 비에 젖은 숲은 싱그러웠고 데크는 빗물로 반짝였다.
누룽지를 끓여서 남은 찬으로 아침을 먹었다. 누룽지는 몽블랑에서도 좋은 식사가 될 것 같다. 식후에 내린 커피는 향기로웠다. 바쁜 두 분은 먼저 떠나고 나와 선배만 남아 뒷정리를 했다. 젖은 텐트가 걱정이었는데 물기를 털고 걸레로 닦으며 함께 잘 개킬 수 있었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마치고 느긋하게 캠핑장을 둘러보았다. 주위에 산책로도 아름다웠고 잘 가꾸어진 정원도 있었다. 정원에는 만발한 불두화가 인상적이었다. 탐스런 꽃송이로 가지가 온통 휘었다. 이곳은 여러모로 가족들과 함께 자연 속에 하루를 보내기에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공간이다. 가족들과 함께 다시 찾고 싶은 참 좋은 장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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