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쁨이에게 여자 친구가 생겼다

강아지 이야기

by 정석진

딸로 인해 한가족이 된 비숑 쁨이.


애교도 별로 없고 시크한 이 아이는 올해로 10살이 되었다. 나이가 꽤 들었음에도 산책을 나서면 아직도 어린아이들처럼 부산스럽다. 차분하게 얌전히 걷는 법이 없다. 어찌나 촐랑거리는지 여유롭게 걷기가 힘들다. 산책 내내 코를 땅에 박고 킁킁거리고 여기저기 자취를 남기느라 쉴 틈이 없어 좀 피곤하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성질도 나빠져서 강아지들과도 잘 싸운다. 이 녀석에게는 경로사상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이상하게 할아버지들을 만나면 꼭 으르렁 거리고 덤벼들기까지 해서 늘 긴장을 해야 한다. 여자들에게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별난 녀석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녀석이 사랑스러운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오늘 쁨이에게 여자친구가 찾아왔고 며칠을 함께 지내게 되었다. 이름은 포미이고 포메라이언이다.

친하게 지내는 분이 연휴 동안 대만으로 가족여행을 떠나며 강아지를 맡기기로 되었었는데 의사소통이 잘못되어 갑자기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다. 수소문해서 구하기는 했지만 강동구에 있는 곳이라 너무 멀고 모르는 이에게 맡기는 것도 부담이 되어 우리 집에 오게 된 것이다. 포미는 아주 깜찍한 녀석이고 참 예쁘게 생겼다. 포미 엄마 아빠는 녀석에게 필요한 짐을 바리바리 싸왔고 우리에게 선물도 한 보따리나 가져왔다. 쁨이 여자 친구도 생기고 우리도 수지를 맞은 셈이다.

집에 오자마자 쁨이는 꼬리를 연신 흔들며 놀아달라고 계속 쫓아다니는 데 포미는 도망 다니기 바쁘다. 여자라고 도도하기 짝이 없다. 가까이 오지 못하게 으르렁댄다. 쁨이가 마운팅을 하려고 하니 엄청 싫은 지 사납게 짖어대며 덤빈다. 4박 5일을 지내야 하는데 계속 이런 상황이면 곤란할 것 같지만 잘 적응할 것 같다. 쁨이가 다른 강아지와 지내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지 시간이 흐르면 괜찮을 것이다.

포미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닌다. 다행히 쁨이 배변 패드에 쉬를 했다.

그만큼 적응을 했다는 것이리라.


엄마 아빠가 떠나자 포미는 문 앞을 서성댄다. 엄마 아빠가 그리운 것이다. 계속 들이대는 쁨이도 귀찮은 지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어서 편해지고 쁨이와 친해져서 잘 지냈으면 좋겠다.

시간이 좀 지나자 엄마 아빠가 생각나는지 짖지는 않지만 비둘기처럼 꾹꾹 거린다. 정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정든 이들과 헤어지는 것은 똑같이 힘든 것 같다. 밤 새 그러면 어쩌나 심려했는데 괜찮아졌다.



이 아이들 사진을 여행 중인 딸에게 보냈더니 너무나 좋아한다. 심지어 포미가 가지 말고 함께 살았으면 좋겠단다.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그렇게 쉽게 하다니........

하나 돌보기가 얼마나 힘이 들고 벅찬데 말이지.


#강아지 #비숑 #포메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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