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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 시장에서 만나는 추석

경동시장 장 보러 가기

by 정석진

추석 명절을 맞이해 아내와 경동시장을 찾았다. 시장까지는 따릉이를 타고 갔다. 시장 가까이 접어드니 인도에 사람들이 붐벼서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만 했다. 역시 추석 대목은 확실한 가 보다. 집에서 나설 때는 날씨가 괜찮았는데 시장 가까이 오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지난번 시장에 올 때도 그랬는데 우연이 자꾸 겹친다. 비가 내린 들 대수인가? 한가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내와 나서는 시장 나들이인데.... 다행히 오늘은 비가 심하게 내리지는 않았다.


경동 시장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연배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시장 주변에 무거운 짐을 끌개로 힘겹게 지나는 할머니들을 보면 왠지 삶의 고단함을 보는 것 같다. 나이 든 분들만 시장을 이토록 애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삶 속에 깊이 파고든 정서가 서민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전통시장으로 발걸음을 이끄는 것일 게다. 소란스러운 시장 분위기도 추석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요소 중 하나임에는 분명하다.

시장에는 온갖 물건들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통로는 넘치는 인파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좌판마다 온갖 채소와 과일과 나물이 산더미를 이뤘다. 여기저기 난리도 그냥 난리가 아니다. 북새통이라는 말이 아주 정확하다. 삶의 의욕을 잃은 이들이라면 이런 시장의 뜨거운 열기를 온몸으로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괜스레 들뜨는 기분이 저절로 든다. 추석은 확실히 큰 명절인가 보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어 딸은 미국으로 아들은 필리핀으로 해외여행을 떠났다. 집에 우리 부부만 오롯이 남은 것이다. 양가 부모님들은 이미 다 돌아가셨고 제사도 지내지 않고 아이들도 없으니 추석이라고 음식을 따로 마련할 필요가 없어졌다. 아내에게는 한가롭고 여유로운 명절이 주어진 셈이다. 그래도 남편인 나는 신경이 쓰였는지 내가 좋아하는 보리굴비를 사러 가자고 해서 시장을 방문했다.


평소에 나는 아내보다 더 물건 사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래서 큰 마트에 장을 보러 가면 아내는 사 오기로 정한 물건만을 사는데 반해 나는 그러지 못한다. 진열대를 둘러보면 사고 싶은 게 왜 이리 많은지 이것저것 쇼핑카트에 담고 만다. 아내는 그런 나를 보며 쓴웃음만 짓는다. 오늘도 보리굴비를 사러 왔지만 계획에도 없던 황태포를 샀고 김도 샀다. 황태포는 평소 내가 즐겨 먹는 간식이다. 그 외에도 군것질거리로 삶은 옥수수와 자두도 샀다. 어물전에서는 두툼한 참돔이 만 원이라고 해서 아내는 마땅찮아했지만 그것도 샀다. 물론 보리굴비도 큰 것으로 10마리나 샀다. 그것으로 끝이라면 다행이겠지만 요즘 값이 많이 떨어진 샤인머스켓을 4킬로 한 상자 그리고 2킬로를 더 샀다. 미리 큰 배낭을 지고 가서 그 많은 짐들을 가져올 수 있었다. 물론 두 손까지 다 동원을 해야만 했다.

시장에서 인파를 헤치고 나오는 것도 만만치 않다. 물건을 고르는 사람, 흥정하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짐꾼, 그리고 상인들의 외치는 소리까지 시장은 오늘을 살고 있는 사람들로 차고 넘친다. 우리도 장을 맘껏 봤으니 이제 명절을 즐길 일만 남았다. 모든 이들에게 풍성하고 즐거운 한가위 명절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경동시장 #장보기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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