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쁨이에게 여친이 생겼다 4탄

강아지 이야기

by 정석진

포미는 식사를 할 때도 쁨이와 많이 다르다. 쁨이는 자기 입맛에 맞으면 씹지도 않고 게눈 감추듯 삼켜버린다. 그래서 간식을 줄 때 주의가 필요하다. 씹지도 않고 삼켜서 토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식탐이 커서 그런 것 같다.

포미

포미는 요조숙녀라서 다르다. 자기가 즐겨 먹는 닭가슴살을 레인지에 데우려 하면 좋아서 빙글빙글 돈다. 감정표현이 확실하다. 따뜻한 닭가슴살을 먹기 좋게 잘게 찢어 주면 바로 먹어야 하는데 의외의 반응을 보인다. 다가와 먹지 않는다. 집어서 줄까 했지만 그냥 먹으라고 손짓을 몇 번 했더니 다가와 먹는다. 쁨이는 그릇을 내려놓기 무섭게 순식간에 해치우는데 완전히 다른 모습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간 포미의 장점만 보게 되었는데 마침내 사고를 쳤다. 자기 집이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자신의 좋은 평판을 한 순간에 무너뜨린 일이 생겼다. 그간 배변패드에 쉬를 해서 안심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화장실 앞 깔개와 배변패드 앞 깔개 그리고 부엌 깔개에 쉬를 하고 응가를 해놓았다. 용변을 보기에 아주 적합했던 모양이다. 하는 수 없이 집안의 깔개를 전부 치워버렸다.

오늘도 아침 산책을 나섰다. 쁨이는 앞장서서 씩씩거리며 앞서 나가고 포미는 얌전하게 길을 간다. 포미는 잔디밭을 유난히 좋아했다. 다른 날과 달리 오늘은 천천히 걸으며 냄새도 한참 맡곤 했다. 잔디밭으로 자꾸 들어가려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이곳저곳을 탐색하다 응가를 했다. 산책하며 처음으로 응가를 한 것이다. 산책하는 것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된 것 같다.

오늘은 산책을 하며 슬로 조깅을 함께 했다. 천천히 뛴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걷는 것보다 속도가 더 나다 보니 포미가 따라오는 것이 조금 힘든 것 같았다. 중간에 멈춰 선 것이다. 그래서 보폭을 조금 더 늦췄다. 쁨이는 의욕이 넘치다 보니 목줄을 끌으며 쇳소리를 씩씩거리며 내뿜는다. 반면 포미는 편안하게 산책을 즐긴다. 쁨이가 하도 설쳐대서 아내는 허리가 아프다며 포미와 바꾸자고 했다.

쁨이는 역시 만만치 않다. 마킹을 해야 하고 냄새도 맡아야 하고 엄마도 따라가야 하니 정신이 없다. 그러다 엄마와 거리가 멀어지면 마구 내달린다. 걷는 것도 힘들어하면서 달릴 때는 거침이 없다. 나도 덩달아 전속력으로 뛰어야 했다.

다른 강아지와 인사를 나누는 것도 온도차가 난다. 포미는 천천히 다가가지만 쁨이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곧바로 돌진이다. 순한 강아지들은 놀라서 뒤로 물러날 판이다. 그러다 만난 강아지가 시큰둥하면 갑자기 돌변해서 짖어 댄다.


포미는 큰 개가 지나가도 무관심한 데 쁨이는 절대 그냥 지나가지 않고 심하게 짖어댄다. 주제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큰 개도 어이가 없는지 한 번 쳐다보고 제 길을 간다. 이럴 땐 괜히 내가 민망해진다.


포미는 완전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한 것 같다. 잠잘 때 방바닥에서 자다가 생각나면 스스로 침대에 계단을 이용해서 올라와 발치에 자리를 잡고 잠을 잤다.

여행 중인 아이들에게 사진을 계속 보냈더니 너무 귀엽다며 포미를 보내지 말자고 난리다. 나도 정이 많이 들었다. 그럴 일도 없겠지만 만약 그런 상황이 와도 미안하지만 절대 그럴 수는 없지.... 보나 마나 뒤치다꺼리는 다 우리 차지일 텐데......


#강아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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