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이야기
쁨이와 포미는 털을 빗어주는 데서부터도 차이가 난다. 포미는 빗질을 시원하게 여기는 것 같다. 빗질을 해주면 만족스러운지 눈을 감고 그릉거리며 한쪽 다리를 달달 떨기까지 한다. 반면 쁨이는 빗질을 피하느라 이리저리 머리를 자꾸 돌린다. 그래서 빗질해주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심지어 다리 안쪽을 빗질하려고 치면 으르렁대서 아예 빗질을 할 수도 없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도 많이 다르다. 쁨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물고 와서 던져달라고 툭 던져 놓는다. 장난감을 던져주면 신나게 달려가 물고 와서 다시 던져달라고 장난감을 놔둔다. 질리도록 반복을 해줘야 한다. 포미는 그렇지 않다. 장난감을 입에 물고는 달라고 하면 도망을 간다. 물고 달아나서 던져 줄 수가 없다. 그저 뺏는 시도가 포미에게는 노는 일인 것 같다.
가만 보면 쁨이는 엄살이 엄청 심한 편이다. 어쩌다 만질 때면 아프지도 않을 것 같은데 깨갱하고 놀래거나 펄쩍 뛰어 사람을 놀라게 한다.
어제는 미국에서 사는 조카네 가족들이 우리 집에 왔다. 작년에 우리가 미국 여행할 때 LA 자기 집에서 숙식을 제공하고 여행 가이드도 해주며 극진히 우리를 섬겨주던 조카다. 그래서 이들이 한국에 오면 잘 챙겨주리라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있었다. 그런 조카가 막상 한국에 와서는 우리에게 연락을 취하지 않았다. 폐를 끼치기 싫었던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다행히 연락이 닿아 저녁 식사를 함께 했고 그 후에 우리 집에 잠깐 들렀다.
조카에게는 딸 아들이 있는데 강아지를 엄청 좋아해서 이 아이들과 놀게 해주고 싶었다. 조카네 가족들을 대하는 쁨이와 포미의 태도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쁨이는 마지못해 꼬리를 살랑대고 근처를 배회하는 데 반해 포미는 늘 맞이하는 살가운 가족처럼 친밀하고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퍼붓는다. 낯선 사람을 가리지 않고 쫓아다니며 꼬리를 쉴 새 없이 흔들고는 다가가서 뽀뽀를 해댄다. 이런 사랑을 누구라도 거절할 수는 없다.
요 녀석의 친화력은 갑 중의 갑이다. 은근히 겁을 내던 사내아이조차도 무서워하지 않고 포미를 쓰다듬게 만들었다.
반면 쁨이는 한두 번 만지는 것은 허락을 했지만 그다음에는 눈치를 보며 슬슬 자리를 뜬다. 그리고는 아주 고독하게 자리를 잡고 물러 앉아 있다. 아이들은 포미의 매력에 빠져 함께 놀며 사진을 엄청 찍어댔다. 포미의 귀여움 덕분에 조카네 가족들은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여자 아이는 사춘기로 만나는 내내 감정표현이 거의 없었는데 포미의 마력은 이아이도 웃게 만들었다.
그렇게 또 한 밤을 지나고 자고 일어나서 포미가 어디서 자나 하고 찾아보았더니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포미야 하고 부르니 침대 밑에서 기어 나온다. 참 재미있는 녀석이다.
아침부터 포미는 나를 쫓아다니며 쉬지 않고 내게 애정 공세를 퍼붓는다. 워낙에 그러려니 했지만 아마도 산책을 나가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목줄을 찾았더니 최고의 기쁨을 드러낸다. 제 자리에서 마구 뱅뱅돌기다.
오늘도 아파트 주위에 산책을 나갔다. 오늘은 쁨이가 내 당번이다. 쁨이를 산책시키는 것을 아내가 힘들어했기에 상대적으로 쉬운 포미를 아내가 담당한 것이다. 나도 아예 처음부터 운동 삼아 뛰기로 하고 길을 나섰다. 역시나 쁨이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냅다 뛴다. 그냥 뛰는 것도 아니고 전력질주다. 준비운동도 안 했는데 빨리 뛰다 보니 내 무릎이 시큰 거린다. 오늘도 예외 없이 이곳저곳을 들쑤시며 코를 박고 빨고 마킹을 해대며 정신이 없다.
포미는 여전히 느긋하게 걷고 있는 중이다. 쁨이도 포미처럼 산책할 수 있도록 일부러 목줄을 짧게 잡았다. 그리고는 마킹을 하지 못하게 하고 오로지 걷도록만 시켰다. 처음에는 잘 안 따르더니 포기를 했는지.
차분하게 걷는다.
중간에 어린 강아지들을 만났는데, 이 녀석들은 호기심은 있는데 겁은 많아서 가까이 왔다가 한번 짖어대고는 줄해랑을 친다. 쁨이도 이제 나이가 들었는지 무심하게 내버려 둔다. 희한하게도 쁨이는 어린 강아지들을 잘 알아보는 것 같다. 포미는 여전히 정숙 모드다. 이제는 서로를 잘 알았는지 나란히 걷는 풍경도 연출이 된다. 물론 함께 사진 찍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쁨이가 보조를 잘 맞추지 않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와 쉬는 모습도 제각각이다. 포미가 산책이 힘들었는지 거실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숙녀임에도 다리를 쩍 벌리고 있다. 쁨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출입구에 편하게 자리를 잡고 축 늘어져 있다. 이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안하다. 참 귀여운 녀석들이다.
#강아지 #산책 #강아지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