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육의 정을 나누다
미국에 사시는 누님께는 두 딸과 아들 하나가 있다. 두 딸은 출가해서 각각 샌프란시스코와 LA에 가정을 꾸렸다. 이들은 모두가 다 미국 시민권자들이다.
지난해 누이들과 미국여행을 하면서 두 조카네도 방문할 수 있었다. 처음 만났지만 두 곳에서 조카사위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고 미국 여행이 더 뜻깊은 일정이 되었다.
특히 둘째 조카네에서는 3박을 함께 지내며 톡톡히 신세를 졌다. 조카가 사는 동네는 너무 좋았다. 동네 전체가 잘 다듬어진 정원 같았고 집들은 동화에 등장하는 집들처럼 예뻤다. 처음엔 조카사위가 낯을 많이 가린다고 해서 많이 조심스러웠다. 지내는 동안 우리는 조카사위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으로 우리들을 응대하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고 덕분에 우리는 편히 지낼 수 있었다.
조카네는 두 아이를 두었는데 귀여운 남자아이와 똑똑한 딸로 한국어는 잘 못해서 의사소통은 쉽지 않았지만 보이지 않는 혈육의 끈이 단단해서인지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그곳에서 지내는 동안 혈육의 정을 넘치게 누릴 수 있었고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카에게 너무 신세를 많이 져서 한국에 방문하게 되면 꼭 연락해야 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고 헤어졌다.
올 추석 연휴를 이용해 조카네가 한국에 여행을 온다는 사실을 누나를 통해 들었다. 입국하면 꼭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월말이 지나고 시월에 들어섰는데도 연락이 오질 않았다. 누나에게 왜 연락이 안 오느냐고 몇 번을 독촉했더니 톡이 왔다.
왜 연락을 하지 않았느냐 물으니 불편을 끼칠 것 같아 그랬다고 했다. 너무 지나친 배려 같아 조금은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조카네는 경주에 묵고 있으며 토요일에 서울에 온다고 했다. 차를 렌트해서 다니는 줄 알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여행 중이었다. 아이들도 있으니 짐도 많아 이동하기가 만만치 않을 것 같아 더 신경이 쓰였다.
KTX로 서울역에 하차를 한다고 해서 픽업을 나가기로 했다. 사전에 연락했더라면 충분히 잘 섬길 기회가 있었을 텐데 안타까웠다. 아쉬운 데로 한 번이라도 식사 대접을 하기로 하고 주어진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조카네 식성을 알 수 없기에 다양하게 골라 먹을 수 있는 초밥뷔페로 정했다. 뷔페 예약을 했는데 조금 늦은 시간 밖에 없었다. 남는 시간에 DDP를 보여주기로 했다. 겨우 한 시간 짬이 나서 미리 동선과 돌아볼 곳을 답사해야 했다.
서울역에서 조카네를 반갑게 만났고 맡겨놓은 캐리어를 찾아 바쁘게 DDP로 갔다. 다행히 사전 준비로 아이들이 즐길 공간을 찾았고 전시회도 둘러볼 수 있었다.
숨 가쁘게 식당으로 향했고 기다리던 아내와 만나 저녁을 먹었다. 다행히 조카와 조카사위는 입맛에 맞아 즐거운 식사가 되었다. 식사를 마치자 조카사위는 자기가 결제하겠단다. 어이가 없었지만 웃음으로 받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우리 강아지뿐 아니라 이웃 강아지도 있어서 아이들을 반겼다. 강아지들이 순하고 착하고 친화력이 있어서 아이들과 금방 친해졌다. 두 아이들이 아주 즐거워해서 마음이 뿌듯했다. 큰 역할을 한 우리 강아지들이 대견스러웠다.
원래 후식으로 설빙 팥빙수를 먹기로 했는데 배가 불러 생략했다. 아내가 과일을 준비했지만 모두 손이 잘 가지 않았다.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피곤할 것 같아 서둘러 숙소로 데려다주었다. 무역센터 근처였는데 22층 꼭대기로 올라가 보니 전망도 양호하고 시설도 안락하게 보였다. 통창에 욕조도 있어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 안심이 되었다.
조카네 귀국 시 인천 공항에 가는 길은 꼭 픽업을 해주고 싶었다. 짐이 많아 승용차로는 안되고 큰 차가 필요한 상황이다. 다행히 일정이 되고 차도 빌릴 수 있어서 가능할 것 같다.
이번 짧은 만남으로 조카네 가족들이 더 친근하게 느껴지고 더 사랑스럽다. 좀 더 잘해 주지 못해서 마음이 좀 불편하다. 혈육의 정은 참으로 소중한 것임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다.
#조카방문 #혈육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