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형 칠순을 축하드리며
석곡 처형이 칠순을 맞았다. 처형네는 부부 금슬이 각별했고 지금도 여전하시다. 슬하에 딸 둘, 아들 둘을 두었는데 자녀들은 다 장성해서 금융기관과 중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사회에서 맡은 바 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큰 딸과 아들들은 다 결혼을 했고 각각 두 명의 자녀를 두었다.
며느리들도 착하고 야무져서 가족들이 평소 서로 친하게 지내며 아주 화목하다. 요즘 세대와는 다르게 이 집 며느리들은 시댁에 가는 것을 아주 즐긴다. 그만큼 처형이 며느리들을 편하게 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처형은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서 상할머니와 할머니를 모시면서 네 자녀들을 훌륭히 키워냈다. 또 형님이 목사동 면장까지 승진하셔서 공직생활을 성공리에 마치기까지 내조를 부족함 없이 해 내셨다. 그런 와중에 억척스러운 생활력으로 가계에 힘을 보태셨고 지금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으시는 대단한 분이다.
장모님이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아내는 석곡처형네를 친정으로 여긴다. 그래서 자주 찾아뵈었고 그때마다 형님네는 항상 피붙이 이상으로 우리를 따뜻하고 정겹게 대해 주셨다. 우리도 항상 편하게 그리운 고향집처럼 제 집 드나들듯 찾았다. 두 분은 정도 많으셔서 방문할 때마다 마치 딸네를 챙겨주듯 바리바리 고향의 정을 듬뿍 안겨주시곤 했다.
처형네 덕분에 나는 어릴 때 느껴보지 못했던 많은 추억을 쌓았다. 처형집에서 먹고 자며 근처 보성강에서 재첩을 잡았고 다슬기도 줍고 죽순도 캤다. 심지어 전문가들도 따기 힘든 능이버섯도 따는 경험까지 할 수 있었다. 또 형님 주관으로 처형들을 모시고 가족여행도 다녀왔다.
큰 딸이 분당에서 살고 있어 처형네는 자주 들르신다. 이번 추석에도 처형 칠순을 맞아 가족 전체가 큰 딸네 집에 모였다. 처형 생신은 몇 달이 남아 칠순잔치는 하지 않고 그냥 식사만 한다며 우리 부부를 초청했다. 우리는 별다른 준비도 없이 과일만 사서 식사 장소로 갔다.
식당은 유명 중 세프인 여경래가 운영하는 중식당으로 기대가 컸다. 오랜만에 만난 처조카들 아이들은 몰라볼 정도로 자라 버렸다. 어른들은 크게 변함이 없는데 아이들은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놀란 사실은 처조카들 키가 커서인지 아직 어린데도 아이들의 키가 내 키를 훌쩍 넘어섰다는 사실이다.
큰 처조카는 속이 깊을 뿐 아니라 효심도 대단하다. 평소에 동생들을 잘 이끌고 대소사를 잘 챙긴다. 이번에도 서프라이즈로 칠순 이벤트를 준비했다.
축하 플래카드뿐 아니라 돈다발이 든 꽃케이크와 어머니 은혜에 감사하는 기념패까지 준비를 했다.
두 분의 다정한 사진과 감사의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를 벽에 부착하니 축하연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그리고 간단히 축하하는 시간을 가졌다.
감사패를 전하는 순간 막내딸은 목이 메어 읽지를 못했다. 대신 큰딸이 감사와 사랑을 담은 문구를 전해드렸고 처형은 기쁨의 눈물을 방울방울 흘리셨다. 형님도 너무 행복하고 기쁘시다며 연신 웃으셨다. 모두 잔을 채워 장손녀가 생신 축하드린다는 외침에 건배하는 시간은 감동의 시간이었다.
이어서 중국 요리로 만찬을 즐겼고 덕담을 나누었다. 특히 형님께서 지금도 여전히 수시로 처형에게 사랑한다며 서로 건강하게 오래 살자고 자주 말씀하신다고 하시는 대목은 우리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겼다. 자녀들이 다 잘 자란 것은 부모의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좋은 본을 보고 자랐기 때문이리라.
즐거운 만찬 후에 큰 조카 집으로 다시 모였다. 플래카드도 다시 걸고 가족사진을 찍었다. 다복한 대가족의 모습이 그대로 연출되었다. 이어서 손자 손녀들의 재롱이 펼쳐지며 흥이 더해졌다.
오늘은 한 분의 헌신이 이룬 알찬 결실들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목도한 뜻깊은 날이다. 처형의 칠순을 진심으로 축하드리며 두 분의 건강과 자손들의 안녕과 행복을 기도드린다.
#처형 #동서 #칠순 #대가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