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쁨이에게 여친이 생겼다 -7탄 Fin

강아지 이야기

by 정석진

포미와 이별의 날이 다가왔다. 포미가 어제 집에 온 것 같은데 벌써 닷새가 순식간에 휙 하고 지나가버렸다. 그사이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친화력과 적응력이 남다른 포미는 지금은 아주 예전부터 우리 가족의 일원이었던 것처럼 완전 편안하다. 시시로 이 아이들은 자기 자리를 각각 차지하고 널브러져 잠자는 시간이 많이 늘었다. 그만큼 집이 편안해진 것이다. 자리도 포미는 사람들이 앉아있는 바로 앞이고 쁨이는 주변으로 밀려나 베란다 창가가 자기 자리다. 앞으로 포미가 없는 집안 풍경이 오히려 낯설 것 같고 그림도 잘 그려지지도 않는다.

포미

쁨이도 포미의 존재를 전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포미에 대해 전부터 함께 살아온 것 같이 아주 무심하다. 포미가 마치 제집처럼 가족들 모두에게 살갑게 구니 그렇잖아도 애교가 없는 쁨이는 설 자리가 없다. 시시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앉아 슬슬 눈치를 보는 형편이다.

가끔 주객이 아예 완전히 바뀌는 상황도 벌어진다. 포미가 쁨이를 따라다니며 자꾸 집적댄다. 쁨이는 귀찮은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슬슬 피하는 눈치다. 처음 한참 동안 쁨이가 포미를 쫓아다닐 때 가까이 갈 때마다 포미가 쁨이에게 예민하게 굴고 까칠하게 대하니 쁨이는 포미에게 흥미를 잃어버린 것 같다. 반면 포미는 쁨이에게 전보다 관심을 많이 보이고 있지만 쁨이가 피해 버리는 상황이라 서로가 아주 가까워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졸고있는 쁨이

하루 전에 귀국해서 포미와 친해진 아들에게 포미는 껌딱지가 되었다. 아들이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으면 곁에 딱 붙는다. 아들도 포미를 아주 좋아하는 눈치다. 이렇게 가족들 옆자리를 포미가 꿰차고 앉으니 쁨이는 자꾸 자기 자리를 빼앗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토록 살갑게 구는 포미를 나를 비롯해서 아들도 쁨이보다는 포미에게 자연히 더 관심과 애정을 기울이게 된다. 포미가 자꾸 다가와서 비비적대니 한번 더 쓰다듬어 주고 안아 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쁨이를 안타깝게 여기는 아내는 전 보다 더 쁨이를 살뜰하게 챙겨야 했다.

포미네가 저녁 늦은 비행기로 귀국을 했다. 우리 집에 오려면 밤 12시가 넘는다고 한다. 그럴 바에야 다음 날 오전에 포미를 데리러 가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늦더라도 그냥 데려가라고 했다. 아들은 포미를 하루라도 더 우리 집에 묵게 하지 왜 보내느냐고 섭섭해한다. 하지만 외유를 다녀오면 시차도 있고 짐정리까지 하면서 포미를 데리러 오려면 여러모로 많이 번거로울 것 같았다. 그래서 오라고 한 것이다.

포미
쁨이

밤 12시 반이 지나서야 포미아빠가 왔다. 아빠를 보고 포미가 엄청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덤덤했다. 그간 아빠를 잊어버린 것은 아니겠지만 생각 외로 반응이 미지근해서 많이 놀랐다.


포미를 보내는 마음은 한 마디로 시원섭섭했다. 그간 정이 많이 들었고 이웃 강아지를 돌보는 책임도 함께 끝났기 때문이다. 이튿날 포미가 집에 돌아가서는 별 탈 없이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에 안도감이 들었다. 이전에 딴 데 맡겼을 때는 설사를 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뒤늦게 귀국한 딸은 포미를 보지 못해 많이 아쉬워했다. 딸은 사진을 통해 포미를 여러 번 보았고 포미가 귀엽다고 주변 친구들도 난리라고 했다.

포미를 맡을 기회가 또 오면 좋겠다. 딸도 그렇고 우리도 포미가 보고 싶기 때문이다.


#강아지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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