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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쾌한 가을 아침의 기분이란

맑은 가을 아침 누리기

by 정석진

비 온 다음날 활짝 갠 하늘의 깨끗함을 어디에 비하랴!


더구나 새롭게 열리는 아침의 상서로운 기운이 넘실대는 푸른 숲 사이를 달리는 기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10월에 접어들었는데도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더위가 추적추적 내린 가을비를 기점으로 한풀 꺾였다.

다음날 아침에 기온이 떨어져 찬기운을 머금은 대기는 새벽길을 나서는 사람들에게 긴 옷을 입어야 한다고 목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새벽 수영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평소에는 아내와 함께 걸어 다녔는데 오늘은 혼자라 자전거를 탔다. 가벼운 몸짓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분은 최고다.


수영 내내 힘들고 지쳤다. 수영장에 다닌 지 꽤 되었음에도 수영에 소질이 없어 지금도 여전히 물을 많이 먹고 물을 제대로 지치지도 못한다. 쉬기를 반복했지만 그래도 한 시간은 강도 있는 운동을 한 셈이다. 수영을 마치고 회복하는 시간을 갖는다. 샤워만 하지 않고 한증막에서 땀을 흘리고 냉탕과 열탕을 오간다. 시간은 더 들지만 효과는 크다. 확실한 기분 전환의 시간이다.

운동으로 달궈진 몸이라 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달리니 짜릿할 정도로 기분이 좋다. 부딪혀 오는 바람의 상쾌함이 온몸을 휘감는다. 시원하다는 말이 진정 무슨 의미인지 온몸으로 느낀다. 몸이 하늘로 나는 것 같다. 이런 청량감을 어디에 비할까? 몸에서 긍정과 행복 에너지가 마구 샘솟는다. 만나는 누구라도 기쁘게 인사를 나누고 싶고 내가 누리는 즐거움을 퍼주고 싶다.

길거리의 가로수도 생기가 넘친다. 싱그러움을 머금은 잎들은 더 푸르러 보이고 여기저기 피어있는 꽃들은 생글거리며 웃는다. 까치와 참새의 요란한 지저귐에도 명랑함이 묻어난다. 아침햇살은 빛의 길을 따라 선명히 내리비친다. 아침 햇살을 받은 모든 것들은 하나님의 은총을 입은 듯 신비롭고 새롭다. 멀리 보이는 명징한 푸른 하늘과 순백의 흰 건물의 대조가 얼룩 한 점 없이 맑고 깨끗한 풍경을 선사한다. 아무 흠 없는 온전한 세상을 본다. 만물이 모두 새롭고 경이로운 아침이다.


일상의 궤적을 따라 무심히 나선 길이라면 이런 기분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열에 아홉은 아마도 날이 많이 추워졌다고 목을 움츠리며 종종걸음을 쳤을 것이다. 게으른 몸을 일으켜 부지런히 새벽에 일어나 운동으로 땀을 흘리고 난 후 자전거를 타고 달렸기 때문에 이런 놀라운 선물을 받게 된 것이다.

세상만사는 거저 얻는 것이 없다. 무엇이든 심는 대로 거둔다. 땀 흘린 후라야 진정 시원함을 만날 수 있고 달콤한 물맛을 느낄 수 있다. 오늘도 몸과 마음을 바삐 움직이는 하루로 삶이 선사하는 깊은 맛을 제대로 느껴보기로 하자.


#가을아침 #아침단상 #새벽 #상쾌함 #경이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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