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슬로 조깅
달리기에 진심
요즘 모든 관심사가 운동에 꽂히다 보니 어떤 다른 활동보다도 운동이 우선순위다. 나의 운동 열기에 감염이 된 듯 아내도 운동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많이 늘었다. 여느 주부들과 다르게 아내는 운동을 좋아하는 편이다. 덕분에 자전거도 함께 타고 탁구도 같이 치곤 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제주도에 가서 올레길을 돌면서 무리를 하는 바람에 고관절에 이상이 생겼다. 병원에서는 고관절이 선천적으로 안 좋은 데다 무리를 해서 그렇다고 과도한 운동을 조심하라고 했다. 그 뒤로 아내는 심한 운동을 피하게 되었고 함께 즐기던 운동을 잘 못하게 되었다.
아내는 많이 걸으면 무릎이 아파서 걷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 못했다. 좋다는 병원을 여기저기 들렀고 주사치료부터 시술까지도 고려하게 되었다. 하지만 될 수 있으면 수술하지 않는 편이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까지 이럭저럭 견디며 지내고 있다. 요즘은 좀 나아져서 하루에 8 천보를 꾸준히 걷는 중이다. 운동이 자신의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라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나는 최근에 마라톤을 하게 되면서 달리기의 좋은 점을 많이 알게 되었다. 마라톤 감독님에게 웬만한 허리통증이나 무릎통증은 달리기로 고칠 수 있다고 여러 번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함께 달리기를 해보자고 했지만 달리기는 허리와 관절에 안 좋을 것이라고 단 번에 거절을 했다.
나는 꾸준히 마라톤 모임에 참여하면서 달리기를 즐기게 되었다. 아들도 이미 달리기에 열심히여서 가끔은 아들과 함께 뛰기도 했다. 어느 날 아들과 중랑천에 뛰러 나갈 때 아내는 운동삼아 따릉이를 타고 싶다고 했다. 아내는 무엇이든 함께 하는 시간을 좋아하는 정이 많은 사람이다. 아내는 자전거를 타고 달리고 우리 부자는 보조를 맞춰서 함께 달렸다. 같은 공간에서 가족들이 함께 운동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에 기쁨이 되었다. 달리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이왕 운동하러 나왔으니 아내에게 살살 뛰어보라고 했다. 약 1킬로미터 넘는 거리를 거의 걷는 속도로 천천히 함께 뛰면서 집에 왔다. 우리가 보조를 맞추며 격려를 아끼지 않으니 아내도 힘이 나는 모양인지 거뜬하게 뛰었다. 아내는 이 경험으로 뛸 수 있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 시간 이후로 곧바로 러닝화를 구입했고 아내는 슬로조깅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40분 그다음에는 50분을 뛰었는데 다음 날 허리가 다시 아프다고 했다. 의욕이 앞서서 무리를 한 것이다. 결국 며칠을 쉬었다. 달리기에 대한 관심과 확신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나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살살 뛰어보기를 계속 권했다.
혼자서 하기 힘든 운동도 누군가 옆에서 돕는 이가 있을 때는 잘할 수 있게 된다. 집에 강아지를 기르고 있어서 매일 산책시켜야 하기 때문에 아내가 다시 뛰도록 그 시간을 활용했다. 강아지 산책을 나가서 아내는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더니 자연스럽게 다시 뛰게 되었다. 나는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고 아내는 천천히 뛰었다.
아내에게 무리가 되지 않도록 20분만 뛰게 했다. 그 뒤 아내도 방송을 통해 슬로 조깅에 대한 동기를 얻고 뛰는 것이 좋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열심을 냈다. 나도 아내가 뛸 수 있도록 여러모로 마음을 썼다. 무엇보다 함께 뛰는 시간을 최우선으로 가졌다. 지난 목요일에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바쁜 일정이 있었다. 늦은 저녁이었지만 과감히 밖으로 나가 아내와 40분을 뛰는 시간을 가졌다.
금요일 밤에도 함께 뛰려고 했는데 비가 많이 와서 쉬어야 했다. 토요일인 오늘은 지인들이 자전거를 타자 고했지만 아내를 먼저 챙기기로 했다. 아내가 달리기를 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아내와 뛸 장소로는 집 근처에 있는 외대 운동장을 택했다. 그곳 운동장에는 우레탄 트랙이 마련되어 있다. 아내의 관절에도 무리가 되지 않기에 그곳에서 달리기로 결정했다. 집에서 거리가 좀 떨어져서 따릉이를 타고 움직였다. 자전거로 간단히 몸을 풀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달리기로 아내의 체중이 원하는 만큼 줄었으면 좋겠다. 달리기를 꾸준히 하게 되면 분명히 체중은 줄게 될 것이고 건강이 좋아질 것은 확실하다. 아내가 달콤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덕분에 나도 운동을 지속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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