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뛰었다
시간이 있으면 뛰고 싶어진다. 나에게는 놀라운 변화다. 그만큼 달리기와 친해졌다고나 할까. 많이 달리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달리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힘들지 않다. 내 페이스대로 무리하지 않고 달리기 때문이다. 체중도 줄어서 달릴 때 몸이 가볍고 호흡도 크게 가쁘지 않다.
달리기가 어느 정도 몸에 적응된 것 같아 내심 기쁘다.
근자에는 아내가 달릴 수 있도록 보조를 맞추어 함께 뛰곤 했다. 관절이 좋지 못한 아내는 아주 천천히 달린다. 아내와 함께 뛰면 내 페이스대로 뛰기가 힘들다. 그렇게 뛰노라면 운동했다는 느낌이 별로 들지 않는다. 그럼에도 아내가 운동했다는 사실 하나로 충분히 보상을 받는 기분이 들어 괜찮다.
아내는 며칠 열심히 뛰더니 다시 고관절이 아프다고 뛰질 못했다. 평소 좋지 않은 고관절이 말썽을 부리는 것이다. 아내가 기분이 침울해지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가라앉아 혼자 나가서 뛰기가 싫어진다. 운동은 주변 분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운동하는 친구나 동료가 필요한 까닭이다. 운동을 위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것도 아주 중요하다.
이 번 주에는 월요일 하루만 아내와 뛰었지 그다음에는 전혀 뛰질 못했다. 수락산을 올랐고, 연이어 1박 2일 청송여행을 다녀왔기 때문이다. 여행 현지에서도 뛰려고 러닝화를 가져갔는데 분주한 탓에 뛰질 못했다.
토요일에는 특별한 일정이 없었다. 합창단 동료가 오전에 한강으로 자전거 라이딩을 가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오전에 가족들이 함께 대하를 구워 먹자고 해서 자전거를 타러 나갈 수가 없었다.
주말인 탓에 아이들이 늦잠을 자서 식사시간 까지는 짬이 있었다. 그 시간을 이용해서 뛰러 나갔다. 시간이 많지 않아 운동 강도를 높여 평소보다 빠르게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40분을 뛰기로 하고 몸을 풀었다. 허리도 좀 아프고 발목도 한쪽이 좋질 않아서 충분히 스트레칭을 했다. 나이가 들면 본 운동보다 운동 전후가 더 중요해진다. 굳어진 몸으로 운동을 무리하게 하면 부상의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먼저 가볍게 아파트 주위를 돌았다. 단지 내에는 산책로에 흙길이 있고 아주 작은 운동장도 있어서 그곳에서 뛰었다. 가능하면 관절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뛰기는 좋지만 좁은 장소에서 뱅뱅 오래 도는 것은 힘들고 쉽게 지친다. 오래 달리려면 너른 곳에서 뛰는 것이 좋다.
흙길에서 워밍업을 마치고 단지 밖으로 나갔다. 주변 환경이 달라지면 달리기가 훨씬 쉽다. 풍경에 마음이 가기 때문이다.
주변 아파트 단지를 크게 돌아 의릉 주변으로 뛰었다. 한예종 캠퍼스가 있어서 뛰기에 좋다. 오늘은 의릉 앞 솔밭을 돌았다. 오랜만에 뛰어 무릎에 무리를 주고 싶지 않았다. 아주 넓은 솔밭은 아니지만 대략 400 미터 길이라 뛸만했다. 잡초와 지면을 덮은 낙엽들 사잇길을 뛰었다.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군락을 이루어 울창한 숲을 거니는 기분이 든다. 벤치에 앉아 쉬는 분들은 마치 응원을 하는 사람들 같다. 숲은 활기가 넘친다. 직박구리가 요란하게 지저귀고 까마귀 소리도 시끄럽고 참새도 짹짹 댄다.
갑자기 살아 움직인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인다. 건강한 신체로 힘차게 달리고 있다는 것은 하나의 기적이다. 새파란 잡초들도 싱그럽다. 더워진 몸을 바람도 때 맞게 찾아와 부드럽게 식혀준다.
달리기를 무작정 하기보다는 핸드폰 달리기 어플을 사용해서 뛰는 것이 좋다. 달린 시간과 거리, 그리고 달리는 속도를 알 수 있어서다. 40분을 몰입해서 뛰기다.
두 팔은 옆구리에 가볍게 붙이고 꺾은 두 팔은 브이자를 유지하며 최소한으로 움직인다. 허리는 반듯하게 세우고 상체가 살짝 앞을 향해 기울여 뛴다. 보폭을 짧게 해서 심장 박동수가 180에 가까워지도록 힘쓴다. 그렇게 뛰어야 효율이 좋다고 한다. 두 발은 가랑이가 스치듯이 뛰며 발바닥은 반드시 11자를 만들어 뛴다.
달리기 평균 속도를 킬로미터당 6분 20초 이내가 될 수 있도록 속력을 높인다. 몸이 충분히 예열이 되어 빨리 달려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 속도가 빨라지니 평균 시간도 줄어든다. 목표가 선명하니 집중도 되고 열심도 따라온다.
마침내 40분이 되었다. 속도를 내서 달렸기에 힘이 들지만 뿌듯한 피곤함이다. 6.35킬로미터를 달렸고 평균 속도는 6분 19초다. 목표를 달성했다.
해냈다는 충만함으로 아내가 장을 봐서 어서 오라는 분부에 기꺼이 응하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한다. 단풍이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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