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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루틴으로

달리기를 하고 느낀 것들

by 정석진

달리기를 하면서 많은 변화가 왔다.

가장 큰 변화는 아무리 노력해도 빠지지 않던 윗배가 쏙 들어간 것이다. 나는 잘 몰랐는데 아내가 먼저 알아차렸다. 나는 뒤늦게야 그 사실을 깨닫고는 매우 기뻤다.
달리기를 정기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 이상은 꾸준하게 뛰었던 것이 효과를 가져온 것 같다.

그간 매주 일요일 새벽마다 정기적인 마라톤 모임을 참석했고 간간이 따로 시간을 내서 뛰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았다. 집을 떠나서 다른 곳에 묵을 때도 항상 러닝화를 챙겼다. 언제 어디서나 항상 뛸 준비를 갖췄다.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도 예외 없이 뛰는 시간을 가졌다. 시골 처형집에 내려가서 매일 30분 이상은 꾸준히 뛰었다.

내가 달린 시골 강변 길

이젠 뛰는 것이 귀찮거나 어렵거나 하기 싫은 운동이 결코 아니다. 언제나 기꺼이 즐겁게 뛸 준비가 되어 있다. 이전과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토요일에는 교회에서 체육대회로 청평에 있는 광림기도원에 갔다. 비가 내렸기 때문에 체육 대회 하이라이트인 1.6km 기록 달리기는 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 점심쯤에는 비가 그쳤다. 명색이 운동회인데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시간을 흘려보내기가 아쉬웠다. 그래서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러닝화를 신고 갔기 때문에 가볍게 옷만 입으면 되었다.

광림기도원 숲길

광림기도원은 꽤 넓은 산속에 자리 잡았다. 산속에는 산책로가 잘 닦여 있고 중간중간에 예수님의 발자취를 조각으로 세워놓고 벤치도 구비해 놓았다.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며 묵상하고 머물며 기도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이다. 숲에는 밤나무도 많이 자라고 있다. 밤은 완전히 익어서 길에는 밤송이와 토실토실한 알밤들이 잔뜩 떨어져 있었다. 그 산길을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다.

달리다 밤을 줍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달리기를 우선순위로 생각하고 과감하게 포기를 했다. 산길을 달리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이른바 트레일 러닝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된 것이다. 이전에 몽블랑 트래킹을 갔을 때 트레일 마라톤 대회 현장을 보게 되었고, 알프스 산길에서 달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었다. 나도 그 기분을 가지고 산길을 뛰었다.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속도는 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힘든 것은 아니었다. 내 페이스대로 천천히 달리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산을 한 바퀴를 도는 데 약 15분 정도가 소요되었고
오르막과 내리막이 정확히 반반이었다. 비가 내렸기 때문에 운무가 깔린 숲은 촉촉했고 길은 미끄러웠다. 경사진 내리막길은 주의가 필요했다. 이끼에 깔린 돌길이 특히 미끄러웠다.

그간 뛴 시간들이 쌓인 덕인지 산을 뛰는 일이 특별히 더 힘들지는 않았다. 평지를 달리는 것보다 산속을 달리는 것이 훨씬 더 신선하게 느껴졌다. 아무도 없는 숲 속을 홀로 달리는 기분은 특별했다. 세 바퀴를 돌으니 약 40분이 소요되었고 거리는 4킬로미터가 채 되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서 달리기를 마치고 밥을 먹으러 갔다. 땀에 젖은 내 모습을 보고 축구를 했느냐고 많은 이들이 물었다. 빙그레 웃으며 산을 달렸다고 대답했다. 충분히 운동을 해서 그런지 밥맛이 꿀맛이었다. 그리고 특별한 경험을 해서인지 뿌듯함도 들었다. 트레일 마라톤을 이미 경험했던 분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트레일 마라톤이 훨씬 더 버라이어티 하고 흥미롭다는데 의견을 같이 할 수 있었다. 기회가 주어지면 트레일 마라톤 대회에도 참여하고 싶다.


산길을 꽤 달렸지만 아무런 근육통도 없었고 다음날 새벽, 일요일 마라톤모임에도 참여해서 15km를 1시간 40분에 너끈히 달릴 수 있었다. 장소는 탄천에서 한강까지 뛰었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대낮처럼 한강변에 사람이 붐비는 것이 경이로웠다. 산책을 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주로 달리기를 하는 이들이 많았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도 많이 보였다.

전 같으면 피곤해서 교회 예배 시간에 많이 졸았는데 이번에는 견딜만했다. 쉬지 않고 강도 있는 달리기를 했음에도 그렇게 심하게 피곤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 달리기로 체력이 좋아진 것 같다. 심지어 주일 저녁에도 아내와 딸을 위해서 슬로러닝을 30분 동안 함께 했다.


달리기는 이제 뗄 수 없는 루틴이 되었다. 비가 내리는 오늘도 달리기를 위해서 계단 걷기를 했다. 23층 계단을 5번 오르내렸다. 계단 걷기를 마친 후에는 상체 근력운동으로 푸시업을 270회를 했다.


달리기가 가져다준 영향력이 지대하다. 스스로 운동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루틴이 되었고, 나뿐 아니라 아내의 건강도 운동을 통해 증진되게 되었으니 말이다.


#달리기 #마라톤 #슬로러닝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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