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락산 산행기
요즘은 정기적으로 산행을 하는 편이다. 올해 7월에 다녀온 몽블랑트레킹을 전후로 등산과 많이 친해졌다. 멤버들과 일정이 맞으면 월요일은 서울 근교 산을 오른다. 주로 도봉산을 많이 올랐지만 오늘은 수락산으로 행선지를 정했다.
세 사람이 수락산역에서 만나 산행을 시작했다. 수락산은 주봉이 637미터로 과히 높은 산은 아니다. 그렇다고 쉽게 오를 수 있는 산도 아니다. 산 정상에 다녀오려면 적어도 4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품이 넓은 산이다. 수락산은 계곡이 깊다. 산 이름인 수락은 물이 떨어진다는 의미로 계곡에 물이 의외로 많다. 낙차가 큰 폭포도 흐른다. 은류폭포 금류폭포로 겨울에는 빙벽등반지로도 유명하다. 산마루에는 기암도 즐비하다. 치마바위, 코끼리 바위, 철모바위를 위시한 다양한 바위들이 포인트마다 포진되어 푸른 소나무와 어우러져 멋진 풍광을 연출해서 아기자기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우리는 10시에 산행을 시작하여 중간에 휴식을 겸하기는 했지만 오후 4시가 다 되어서 하산했다. 적어도 5시간은 산행을 한 셈이다. 정상에 오른 후 별내 방향으로 내려왔는데 이는 기막힌 선택이었다. 그간 만나지 못했던 수락산의 진면목을 제대로 보았다.
초반은 참나무숲길을 따라 단조로운 산길이 이어졌다. 산을 오르는 동안 서로 친한 사람들이어서 대화가 끊이지 않았고 덕분에 힘든 줄도 몰랐다. 생각과 삶을 나누면서 멋진 말도 들었다. "사는 동안 목적이 있는 불편함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힘 들이지 않고 좋은 것을 거저 얻겠다는 것은 난센스다. 사진을 통해 멋진 풍경을 보고 감탄하는 것과 직접 고생하고 땀 흘리며 산을 올라 느끼는 쾌감은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산등성이에 올라서야 밋밋한 산과는 차별화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정상인 주봉 주위로 기암들이 줄지어 있다. 멀리로는 도봉산, 북한산, 불암산도 보인다. 순탄한 능선길이 끝나고 암벽길을 올랐다. 등산화가 미끄럽지 않아 경사진 바위 위를 성큼성큼 걸었다. 좋은 등산화는 산행의 필수 장비다. 바위 봉우리를 올라서면 더 매력적인 경치가 펼쳐진다. 심심한 산행이 다이내믹해지는 순간이다. 고소공포증이 있어 높은 곳을 싫어하지만 용기를 냈다. 바위에 올라서면 겁은 나지만 장엄한 풍광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산 초입에는 나무들이 여전히 푸르지만 산정 주위에는 단풍이 진하게 들었다. 기대하지 않은 붉은 단풍을 만나니 반갑다. 가을을 입기 시작한 산의 자태가 꽃단장을 마친 새색시 같다.
정상에 올라 발아래를 내려다보며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산을 오르는 또 다른 맛이다. 이곳 산마루에는 새들도 많다. 큰 까마귀를 위시하여 쇠박새, 멧새가 소나무 사이를 포르르 난다. 특히 멧새는 사람도 두려워하지 않고 열심히 먹이 사냥을 하는 모습이 너무 귀엽다.
하산하는 길에 만난 계곡과 길은 고즈넉하고 정취가 가득했다. 특히 다듬은 긴 돌로 조성된 계단길은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사가 급해서 위험한 길이라는 팻말이 있었지만 그 길을 택해서 내려올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는 길이었다. 계곡은 깊었고 계곡이 깎아지른 바위를 흘러내린 물은 비단결 같다. 하산 길에는 이런 폭포들이 이어진다.
호젓한 산길에는 자연의 소리가 흘러넘친다.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그리고 내 발자국 소리.... 특히 우렁차게 쏟아지는 시원한 물소리가 우리들의 마음을 정갈하게 씻어주는 듯하다. 하류에는 맑은 물들이 모여있어 수려한 경치를 선사한다. 당장 뛰어들고픈 마음이 들 정도다.
수락산은 한국 100대 명산에 드는 명산이다. 서울근교에 있어 제 가치를 사람들은 잘 모르는 것 같다. 나도 오늘에서야 수락산의 매력을 제대로 만났다.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매력을 가진 아름다운 산이다. 단풍이 제대로 물들 때엔 더 깊은 감흥에 젖을 것 같다. 반드시 다시 찾아오겠다는 다짐을 마음에 꼭꼭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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