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볼수록 매력 만점 주왕산

청송 주왕산을 올랐다

by 정석진

청송 주왕산으로 합창단 동료들과 가을 나들이다. 경북 청송은 합창단 단장님의 고향으로 전에 여러 번 가자는 말이 있었지만 오늘에야 가게 되었다. 명이 한 차로 움직였다. 서울에서 상당한 거리라 일찍 출발하려 했지만 내가 늑장을 부리는 바람에

늦어졌다.

고속도로에서 만나는 들녘은 익은 벼로 황금빛 들판이다. 곡식은 여물어 가을에 접어들었지만 산 풍경은 여전히 여름을 벗어나지 못했다. 주왕산은 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때가 맞지 않아 이번 산행에는 곱게 물든 단풍을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정담을 나누며 간식도 먹으며 가니 장거리라도 지루하지는 않다.

주왕산은 설악산과 월출산과 함께 한국의 3대 바위산으로 손꼽히는 명산이다. 기암과 푸른 소나무들이 여느 산과는 같지 않은 독특한 풍광을 선보인다.


주왕산이라는 기원은 중국 동진의 왕이었던 주왕이 몸을 피해 은거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산에 들어서서 마주치는 경관은 중국에 있는 같은 분위기가 난다. 주왕과 연관된 주왕굴, 주왕암등이 있어서 단순한 전설만은 아닌 것 같다.


현지에 도착해서 이름난 산채정식으로 점심을 먹었다. 더덕구이를 비롯해 상을 가득 메운 산채들로 호사스러운 식사를 했다. 건강한 맛에 만족은 두 배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주왕산 입구에 들어서면 길 옆으로 큰 내가 흐른다. 폭도 상당하고 수량도 적지 않다. 그 정도로 골이 깊다는 뜻이리라. 물가에 자라는 나무들에 붉은 물이 살짝 들어 가을 분위기를 풍긴다.

산 초입에 자리 잡은 대전사 경내는 제철인 국화들로 꽃단장을 했다. 가람 뒤로 주왕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봉우리 전면의 손가락 모양의 특이한 기암단애가 단 번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참 독특한 산이다.

주왕산 둘레길은 걷기에 아주 좋다. 길이 바르고 넓은 데다 맨발로 걸을 수 있게 부드러운 흙길을 잘 조성해 놓았다. 그래서 누구라도 빼어난 경치를 쉽게 둘러볼 수 있을 것 같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곧바로 마셔도 정도로 아주 맑아 보인다. 주왕산에는 폭포가 세 곳이 있고 큰 규모의 이름난 바위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먼저 주왕암과 주왕굴을 들렀다. 길 옆의 바위들은 온통 이끼로 덮여 있다. 주왕암은 아담한 규모로 이 단으로 쌓은 돌단 위에 자리한 암자가 인상적이다. 전각 앞에는 귀여운 작은 돌부처가 좌정하고 있다. 암자 주위에는 찌를듯한 바위가 서있는데 표면에 이끼가 뭉게구름처럼 띠를 둘러 자라고 있다. 노랗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달린 풍경도 보기 좋다. 주왕굴은 작은 규모로 주왕이 피신했다는 전설이 더 의미가 있는 듯했다. 그래서 굴보다는 절벽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에 더 눈이 간다. 주변은 온통 주상절리의 바위들로 습해서 그런지 이끼와 바위솔로 푸르다.

거대한 암벽과 봉우리들이 나타난다. 산 전체가 거대한 바위 덩어리로 수 억년 동안 쪼개지고 갈라진 결과일 것이다. 각기 이름을 가진 기암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크고 작은 다채로운 주상절리도 볼거리다. 단풍이 여기저기 조금씩 물들고 있다. 암벽 표면에 담쟁이는 특히 붉다.

첫 폭포를 만난다. 용추폭포다. 물길이 급히 꺾여 세찬 물들이 쏟아진다. 폭포규모는 크지 않아도 수량은 상당해서 포말이 선명하고 굉음도 크다. 폭포 자체보다는 주변에 도열한 압도적인 바위들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산에 깊이 들어설수록 놀라운 풍경이 등장한다. 다 보았다고 생각하면 다른 볼거리가 나타난다. 폭포를 지나 다시 초입 같은 둘레길이 이어진다. 그 길 끝에 절구 폭포가 있다. 절구 모양으로 파인 동굴에 물이 쏟아진다. 그리고 다시 물이 쏟아져 내리는 이단 폭포다. 주변의 아기자기한 숲들에 둘러싸여 정감이 가는 풍경이다. 못에 떠있는 낙엽의 붉은빛이 도드라져 보인다.

주왕산은 양파 마냥 한 번에 깔 수 없는 숨겨진 매력이 가득한 산이다. 아름다운 절경이 속속 등장한다. 이번에는 주왕산에서 규모가 가장 큰 용연폭포가 숲사이로 그 자태를 살짝 보여준다. 이곳도 절구폭포처럼 이단으로 물이 힘차게 쏟아진다. 물이 떨어지는 곳에는 해식 동굴이 움푹 파여있다. 물이 만든 자연 동굴인셈이다. 정말로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 현장이 아닐 수 없다. 폭포 주변으로 단풍이 제법 물들어 아쉬운 대로 가을산을 누린다.

이곳 지명이 청송인 이유를 하산하며 깨달았다. 술잎이 눈이 시리도록 푸르다. 옛 선비들이 소나무를 사랑한 이유를 알 것 같다. 굵직한 절경들에 눈이 가는 탓에 야생화는 많이 보질 못했다. 그나마 구절초가 나를 반긴다. 계곡에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바위들이 뒹군다. 바위 위에도 숲이 깃들었다. 마치 작은 섬 같다.

주왕산의 매력에 폭 빠졌다. 기암들과 폭포와 소나무들이 빚어내는 절경에 흠뻑 취했다. 이곳의 유명한 사과처럼 깊고 달콤한 시간이었다. 청송을 찾은 보람이 차고도 넘친다.


#청송 #주왕산 #절경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