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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토란 같은 청송여행

달기약수, 청송백자, 꽃돌, 심수관, 객주문학관. 야송미술관

by 정석진

경북 청송은 작은 군임에도 볼거리 먹거리가 은근 다양하다.


청송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지질공원으로서 지질명소가 산재한다. 주왕산에 독특한 기암과 단애, 주상절리 그리고 협곡과 폭포가 존재한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산속에 자리한 작은 저수지인 주산지도 명승지로 손꼽히고 절골의 단풍은 가을 단풍명소로도 이름이 높다.

청송 꽃돌과 청송백자도 지질공원의 유산이다. 청송 꽃돌은 청송군에서만 나는 세계적으로 희귀한 암석인 구과상 유문암을 말한다. 돌 속에 꽃무늬처럼 보이는 형상이 자연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꽃이 핀 돌’이라 불린다. 이곳에는 청송수석꽃돌 박물관이 있어서 꽃돌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돌의 문양을 들여다보면 자연이 빚은 돌의 예술이 경이롭다.

고령토로 빚는 일반 도자기와 달리 법수도석이라는 돌을 빻아 만드는 청송백자도 이곳의 특산물이다. 조선 후기 4대 지방요로 명성이 드높다고 한다. 이곳 도예가들이 빚은 달항아리들이 백자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꼭 소장하고 싶지만 달항아리 한 점이 수백만 원을 넘는 고가라 만만치 않다.

심수관 도예전시관이 청송에 있다. 일본 도예를 세계적으로 알린 심수관도 이곳 청송출신이다. 심수관은 임란 때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 심당길의 후손으로 청송 심 씨 성을 버리지 않고 12대부터 심수관의 이름을 이어받아 전통을 전승하고 있다.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정교한 투각기법과 화려한 금채기법의 도자기가 전시 중이다. 12대부터 15대 심수관의 작품들인데 도자기들이 하나같이 탄성이 나올 만큼 화려하고 고급스럽다. 우리 것이 아니라 일본 도자기라는 이름을 지녔다는 게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다.

먹거리로는 사과가 널리 알려져 있고 특히 감홍사과는 겉보기에는 투박하고 거칠어도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아주 높아 기존 사과와 분명한 차별을 보인다. 가격이 비싸기는 하지만 충분히 사서 먹을만한 가치가 있다. 운 좋게 상품성이 떨어지는 감홍사과를 무더기로 싸게 샀다.


청송 달기약수는 이곳의 또 다른 명물이다. 달기약수는 도처에서 솟아나 누구라도 실컷 마실 수 있다.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비린 맛이 있지만 탄산이 함유되어 그런대로 마실만 하다. 내 비위에는 잘 안 맞았지만 위 건강에 좋다고 해서 꾹 참고 한 바가지 가득 마셨다. 이 약수로 요리한 닭 요리는 반드시 먹어 봐야 한다. 닭불고기는 마치 떡갈비 같은데 상추쌈으로 그만이었고 녹두와 인삼을 넣은 닭죽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산채요리도 그 이름값을 충분히 했다.

청송달기약수

문학과 미술도 예서 빠지지 않는다. 김주영의 객주문학관이 있고 야송 미술관도 있다. "한국의 서민은 고향을 잃어버린 대신 객주를 얻었다"라는 격찬을 받은 서민문학의 진수인 대하소설 객주를 쓴 작가 김주영도 청송이 고향이다. 문학관은 넓고 잘 다듬어진 공간에 근사한 외관의 기념관 건물과 내실 있는 사료와 시청각 자료를 잘 구비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누구나 객주의 세계를 쉽게 둘러볼 수 있다. 문학관을 보며 아직까지 객주를 읽지 못했는데 무조건 읽어야 된다는 의무감이 인다. 다음 고전 읽기는 대하소설 객주 10 권이다.

야송 미술관에는 특별한 그림이 전시 중이다. 산수화의 대가인 야송 이원좌 화백의 청량대운도라는 작품이다. 길이 가로 46m, 세로 6.7m로 400장에 달하는 화선지를 이어 붙인 대작으로 한양 천도 600주년을 기념해서 제작되었다. 작가는 청량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수백 장을 스케치하여 산을 통째로 옮겨놓았다고 한다. 너무 큰 대작이라 전시 공간에 맞춰 이 야송 미술관이 지어졌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일단 크기에 압도당한다. 한쪽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 한 장에 담을 수도 없다. 그림은 시원하고 호방한 필치가 거칠고 웅대한 자연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청량산의 12봉과 낙동강, 덕산지맥, 문수지맥 등이 실제 풍경처럼 담겨있다.

작품에서 작가의 열정과 기백이 뿜어져 나온다. 그림을 보고 있는 내게도 그 기개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야송미술관
청량대운도

청송 주변에는 광활한 꽃밭도 조성되어 눈길을 끈다. 너른 황화코스모스 꽃단지 그리고 5만 평 규모로 광활한 백일홍 정원은 대단한 볼거리다.

1박 2일의 청송여행이 참으로 알차다. 숙소인 소노벨 콘도도 쾌적했고 때마다 식사도 좋았고 경이로운 자연과 새로운 예술과의 만남이 몸과 마음을 흡족하게 했다.


청송여행으로 올 가을이 빛나고 풍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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