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싫다구요?

겨울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by 정석진

우리 가족들 대부분은 추위를 싫어한다. 유독 딸은 더 하다. 무조건 겨울이 싫단다. 더운 여름에 태어나 그런지 여름은 아무리 더워도 견딜 수 있는데 겨울은 그럴 수가 없단다. 아내도 겨울을 싫어하기는 매한가지다.

나는 그 정도는 아니다. 겨울은 겨울 나름대로 맛이 있다는 생각이다. 물론 추위는 나도 싫다. 세상일은 다 좋을 수 없고 다 나쁘지도 않다. 같은 사안을 두고 사람들이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많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조금만 사고를 달리하면 시야가 바뀐다.


겨울이 좋은 점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일단 눈이 그중 하나일 것이다. 눈은 오직 겨울에만 만날 수 있는 귀한 손님이다. 온 천지에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풍경은 그 자체로 평화롭고 사랑스럽다. 이윽고 온 세상이 흰 눈으로 하얗게 덮여서 동화 속 세상이 펼쳐질 때 사람마다 맞는 감회는 거의 비슷할 것이다. 동심 속으로 스르르 빠져들게 되고 마침내 어린아이 같은 심정이 되어 저마다 가슴이 흥분으로 뛰게 된다. 사람들의 마음은 저절로 순수해지고 맑아진다. 눈이 부리는 마법이요, 겨울이 주는 가장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쨍한 추위는 콧속까지 얼게 만든다. 반면에 대기의 질은 놀랍도록 깨끗하다. 1년 중 가장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맛보는 순간이다. 정신이 번쩍 든다는 느낌이 바로 이것이다. 하늘도 얼마나 맑은가. 가을날 하늘이 푸르다지만 한겨울 청명한 하늘도 이에 못지않다.



한겨울이라야 제대로 맛보는 감각도 있다. 햇빛의 따스함이다. 추운 겨울날의 햇살은 보물처럼 값지다. 아무리 추운 날이라 할지라도 햇볕이 드는 쪽은 봄날처럼 포근하다. 그에 반해 응달진 곳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든다. 태양이 우리에게 베푸는 놀라운 은혜를 절절히 깨닫게 되는 시절이다.


집이 주는 아늑함도 겨울이 주는 또 하나의 감성이다. 찬바람 부는 야외에서 꽁꽁 언 채로 집에 들어가 따스한 실내에서 느끼는 온기는 얼마나 포근하고 다정한가. 집에 대한 고마움이 저절로 샘솟는다. 반면 집 없는 이들은 처절하게 쓰라린 아픔을 맞닥뜨려야 하는 힘든 시기다.

카페에서 한가롭게 차를 즐기는 일은 계절의 구분이 없을지 몰라도 겨울은 다른 계절과는 다른 확연한 차이가 있다. 예쁘게 장식된 포근한 실내에서 뜨거운 차를 마시며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창밖을 바라보는 순간의 여유로움은 겨울만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겨울 스포츠도 빼놓을 수 없다. 스키를 즐기는 이들에게 겨울은 최고의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찬바람을 가르며 설원을 달리는 스릴은 어떤 스포츠도 대신할 수 없다.

눈꽃이 만발한 겨울산도 빠질 수 없다. 눈에 덮인 산은 신비로움으로 가득하다. 우리 마음도 순백에 젖어들어 저절로 세상 시름을 잊게 된다.

한파가 몰아쳐 맹위를 떨쳐도 두꺼운 옷으로 중무장을 하고 과감하게 추위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움츠리고 있으면 점점 더 움직이기 싫어지고 마침내 겨울의 포로가 되어 우리에 갇힌 짐승처럼 초라한 신세가 된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겨울의 색다른 매력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겨울은 지금 우리들 문 앞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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