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이 주는 기쁨

낯선 사람들과 친해지기

by 정석진

아이들 수업을 위해 성북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야 했다. 도서관에 가려면 차를 타고 가는 것이 제일 편하다. 그리 멀지 않아서 자전거를 타고 가도 좋다. 시간이 많다면 걷는 것도 괜찮지만 운동을 위해 아예 달리기로 했다. 골목길로 가지만 천장산을 넘어갈 수도 있어 산길을 택했다. 천장산은 야트막한 산으로 조선 왕릉인 의릉이 있다. 산을 달리니 트레일 마라톤이 되는 셈이다.


책을 다섯 권을 빌려야 해서 가방을 둘러매고 뛰니 조금 거추장스러웠다. 한예종을 지나 천장산길로 접어들었다. 오르막이라 달리기가 어려웠지만 아주 천천히 달리니 충분히 뛸만했다. 운동량도 적지 않고 생각보다 힘도 들지 않으니 가끔 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오르막 내리막을 달려 도서관 입구에 가까워졌을 때 기구로 운동하고 있는 외국인을 만났다. 가볍게 인사를 건넸더니 아주 반갑게 반응을 했다. 그냥 지나가려다가 돌아서서 "Where are you from?" 하고 말을 건넸다. 네팔 사람이었고 삼육대에 유학을 온 학생이었다. 어제 한국에 왔고 처음 만나는 한국인이란다.


외국인들을 사귀는 것을 좋아했기에 아주 신이 나서 수다를 떨다 함께 달려도 되냐고 해서 바로 도서관으로 가지 않고 산허리를 조금 더 돌았다. 운동을 마치고 산을 내려와 도서관 북카페로 갔다. 차를 한 잔 사주고 싶었다. 레몬티와 밀크티를 마시며 가족들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취미도 나누게 되었다. 내가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자신이 핸드폰에 빼곡히 써놓은 영어 일기를 보여준다. 내용도 풍부하고 문장도 세련되고 문학적으로 잘 쓴 글이었다. 글쓰기를 꾸준히 하고 있는 모습에 더 관심이 생겼다. 축구도 좋아한다고 해서 매주 토요일 교회 축구 모임이 있다고 하니 참여하고 싶다고 했다. 등산도 좋아한다고 함께 가자고 했다.

그 친구는 한국어도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꼭 필요한 한국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두 문장을 알려주었더니 아주 좋아했다. "비싸요 깎아주세요" 몇 번을 반복해서 주입을 시켰더니 입에 딱 붙는다. 아주 중요한 생존기술을 알려준 셈이다. 네팔 말도 몇 마디 배웠지만 "나마스테" 말고는 다 잊어버렸다. 다음에 만나면 기본적인 회화를 배워야겠다.


여행을 좋아해서 기회가 되면 네팔에 가고 싶다고 했더니 2년 후에 자기랑 가자고 한다. 잘하면 네팔 여행을 아주 진하게 할 기회가 생겼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카카오톡도 깔아주며 함께 찍은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렇게 헤어졌는데 카카오 톡이 왔다. 잘 들어가셨냐는 인사와 침대를 들여놓은 자신의 방 사진을 보냈다.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어쩐지 휑해서 조금 안쓰럽다. 요리를 잘한다며 식사를 직접 대접하고 싶다고 한다. 정이 많은 친구다. 앞으로 네팔 요리도 먹게 생겼다.


대화하는 중간에 20년 전에 만났던 후배에게 전화가 왔다. 이 친구도 오지랖 덕분에 인연이 닿은 친구다. 우리 동네에 이사를 오게 되어 연락했다고 차를 대접하고 싶단다. 아주 반가운 일이다.


인연이라는 것은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 친구와 국적이 다르고 나이차가 많아 소통이 어려울 수 있지만 사람들의 따스한 정을 주고받는 일에는 지장이 될 수 없다. 겸손하게 자신을 낮추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의 부모님보다 내가 나이가 많으니 네팔 아들이 한 명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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