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해오름극장을 가다
아내와 함께 국립국악관현악단 연주회를 다녀왔다.
예전에 장충동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때 짬을 내서 주변을 돌아다니다 우람한 국립극장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국악 전문 공연장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한 번쯤은 국악 연주회에 오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국악은 우리 고유의 음악이라 낯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친숙하지도 않은 음악 장르다. 평소에 자주 접하게 되는 서양 클래식 음악이 훨씬 익숙하고 듣기 편하다. 그래서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국악연주를 직접 접할 기회가 없었다. 그저 극장 앞을 지나치기만 했을 뿐이다.
마침내 국립국악 해오름극장에서 연주회를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저녁 공연 시간에 맞춰 여유롭게 집을 나섰는데 생각보다 가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동대입구역에서 전철을 내려 셔틀버스를 타고 공연장으로 향했다.
국립극장이 위치한 남산자락에 오면 특별한 이유 없이 마음이 편해지곤 한다. 숲 속에 자리를 잡았고 번다한 도심을 벗어난 여유롭고 한적한 공간이라 그런 것 같다.
널따란 홀인데도 관객이 꽉 들어찼다. 난생처음 VVIP석을 앉게 되었다. 정중앙이고 무대가 잘 보이는 좌석이었다.
오늘은 국악관현악단의 관현악시리즈 2025 상주 작곡가 손다혜, 홍민웅의 창작곡 공연이다.
연주회가 시작되자 50명이 넘는 연주자들이 차례로 나와 자리를 잡았다. 서양 클래식 관현악단 유사한 형태다. 해금과 아쟁이 앞자리를 차지하고 가야금, 거문고, 대금, 소금 뒤로 타악기들이 자리 잡았다. 편경과 편종도 보인다. 특이한 것은 서양 악기도 일부 편성되었다는 점이다.
젊은 지휘자의 인도로 본격적인 연주가 펼쳐졌다. 처음 두 곡은 확실히 낯설었다. 특히 태평소의 날카로운 소리와 타악기의 큰 울림이 현악기의 세미한 소리를 덮어버렸다. 다채로운 국악기의 조화로운 음률을 듣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어 조금 실망스러웠다. 국악관현악을 자연스럽게 즐기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다행히 인터벌 시간 이후 연주곡들은 확연히 달랐다. 우리 전통 악기들이 가진 고유한 음색을 들을 수 있었다. 편경의 청아한 울림을 즐길 수 있었고 듣기 힘든 편종도 접할 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곡은 국악의 묘미를 제대로 감상하는 기회였다. 개별 악기들의 고유한 소리뿐 아니라 두 세 악기의 협주도 조화롭게 빚어졌다. 아내는 해금소리가 무척 아름답다고 했고 나 역시 공감했다.
연주 중 타악기를 연주한 청년의 몸짓이 눈길을 끌었다. 북을 치며 춤사위를 더하는 모습이 우아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연주의 시작은 어려웠지만 마무리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낯선 것은 자주 접하면 익숙해진다. 국악의 깊은 묘미를 금방 알 수는 없었지만 우리 전통 음악의 분위기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고 고유한 맛을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기회가 다시 주어지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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