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으로 맺어가는 사람들
인연이란 신비롭다. 우연이 만나 필연이 되기도 하고 열정과 노력이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람들과의 교류만큼 소중한 것도 없다. 행복의 가장 큰 요인은 사람들과 좋은 관계에서 기인한다. 알고 지내는 사람도 소중하지만 좋은 친구만큼 귀한 자산도 없다.
80억 지구촌 사람들 속에서 개인이 일생을 살아가며 얼마나 많은 이들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까. 자못 궁금하다.
던바의 수(Dunbar's Number)가 있다. 인류학자 로빈 던바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의 뇌 용량 한계로 인해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최대 인원이 150명이라고 한다. 이 중 친밀한 친구는 5명, 가까운 친구 15명, 지인 50명, 느슨한 관계 150명으로 나뉜다.
평균 150명 정도라고 하니 적잖은 수다. 사람들의 사회적 위치나 성격에 따른 차이도 클 것이다. 안정적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숫자는 사람에 따라 편차가 크겠지만 가까운 친구의 숫자는 아마도 대부분 비슷할 것 같다.
내향적인 사람보다는 외향적인 성격이 더 많은 이들과 교류할 가능성이 높다. 나의 경우는 홀로 있는 것보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하면 더 힘을 얻는 타입이다. 가능하면 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늘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고 싶은 욕구가 크다. 대다수는 자신과 비슷한 범주의 사람들과 어울린다. 나는 나와는 다른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거기에 더하여 글로벌 시대에 다른 나라 사람들과도 교류도 많이 하고 싶다.
오지랖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데 아주 유용하다. 내가 생각해도 나는 오지랖이 장난이 아니다. 그 덕에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며칠 전에 북한산 등반하다 만난 캐나다 친구 마이크가 있다. 처음 만난 사이지만 산행 내내 많은 이야기로 금방 친해졌다. 저녁 식사도 함께 했다. 출국하기 전에 그에게 작은 추억이라도 더 만들어 주고 싶었다. 다음 날 반나절 서울 도심투어를 해주겠다고 했더니 일을 해야 했음에도 기꺼이 시간을 내주었다.
오전 열 시에 시청역에서 만나 디자인과 실내 조경이 아름다운 서울시민청을 돌아보고 근처 원구단을 들렀다. 그리고 덕수궁 돌담길을 통해 정동에 있는 캐나다 대사관으로 향했다. 그곳은 특별히 보여주고 싶은 사연이 있다. 대사관저 앞에는 500년 된 회화나무 고목이 자란다. 대사관 건축에는 거침돌이 되었지만 캐나다 측은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건물위치를 조정하고 지지대를 설치해서 고목을 지켜내고 보호했다. 자연을 사랑하고 한국의 문화를 존중한 그들의 배려가 내겐 감동이었다. 마이크도 감동한 눈치였다.
정동공원을 통해 고종의 길을 걷고 덕수궁 사잇길을 통해 아름다운 성공회 성당을 찾아갔다. 성당 주변에는 꽃들이 화려하게 피었다. 특히 명자나무가 유독 아름다운데 마이크 눈에도 그랬는지 사진에 담고 있었다. 지나던 성당 자매님이 꽃이름을 물어보았다. 명자나무라고 이야기하며 마이크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을 보고는 즉석 대화가 이어졌다.
그 자매님도 오지랖이 보통이 아니었다. 그분 안내로 수녀원까지 둘러볼 수 있었다. 그러고는 우리에게 점심을 사주겠단다. 간절한 요청에 기쁜 마음으로 기꺼이 응했다. 마이크에게는 놀라운 인덕이 있는 것 같다.
식사 전에 성당바자회장에 들러 마이크의 아내 선물로 줄 목걸이와 도자기 머그컵 6개 그리고 마이크의 캐시미어 목도리까지 구입을 했다. 거의 거저였다. 처음 마이크는 살 생각이 별로 없었는데 내가 부채질해서 구입을 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아주 기뻐했다.
근처 유정낙지집에 들러 매운 낙지로 점심을 들었다. 놀랍게도 마이크는 나보다 매운 것을 더 잘 먹었다. 식사를 마치고 성공회 수요음악회가 열리는 날이어서 다 함께 소프라노 독창도 감상했다. 너무 멋진 공연이었다. 마이크가 일정이 바빠 중간에 나와야 해서 좀 아쉬웠다. 그 뒤로 프레스센터로 가서 십전대보탕을 들었다. 마지막 일정으로 국립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자매님도 동행했다.
미술관에서 한국 근대대표작가의 작품을 즐겁게 감상을 하고 자매님은 먼저 가고 마이크는 노트북으로 일을 해야 해서 헤어지려다 그가 일하는 사이 독서를 하려고 시민청 카페로 갔다.
짧고 빠듯한 일정이었지만 자연과 역사 그리고 예술과 사람의 만남이 있는 귀한 시간이었다. 부족한 지식이 나마 우리 역사도 들려주고 예술에 대한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마이크도 내게 즐겁고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마이크의 톡 메시지에 담긴 나의 호칭은 형님이다. 캐나다 동생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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