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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Apr 02. 2023

목련을 그리다

목련의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하여

(시와 에세이를 함께 썼습니다)


제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지 마세요

제겐 단지 한때만 있을 뿐


본래 영원은 누릴 수 없는 꿈이죠

제게는 사무치도록 더더욱


처음의 시작은 단순했어요

간절한 희구


소원은 마침내 이루어졌죠

비할 데 없는 우아함


사람들의 찬탄을 불러냈어요

우러러볼 순백의 정결하고 고귀한 기품


진정한 희열을 맛보았죠

하늘에 두둥실 나는 기분


계속 행복할 수 없었어요

찬란한 순간은 잠시뿐


공평한 일 아닐까요?

아름다운 만큼 추해지는 것


그러니 슬퍼할 필요 없죠

그저 지나는 바람이니


봄꽃들이 앞다투어 피어나 세상을 꽃으로 물들이는 시절에 우아함으로 손꼽히는 꽃은 단연 목련이다. 여타 다른 꽃나무에 비해 꽃이 피기 전부터 나뭇가지 끝 자락마다 꽃눈이 큼직하게 두드러져 보인다. 꽃눈의 자태도 평범하지 않고 맵씨 있는 모양새다. 출발부터 기품이 남달라 보인다.


목련이라는 꽃은 이름부터 고상한 분위기를 풍긴다. 본래 뜻하는 나무에 자라는 연꽃이라는 의미가 전혀 손색이 없다. 순수하게 꽃의 외양으로 본다면 목련이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준다. 교목에서 피는 꽃 가운데 꽃송이의 크기에서도 목련을 앞서 갈 꽃은 없다. 사람은 키가 크면 싱겁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목련은 꽃송이가 커도 투박하거나 전혀 촌스럽지 않다.


목련은 그렇게 주목받는 꽃이 아니다. 매화가 봄의 신호탄을 열면서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벚꽃은 본격적인 봄의 문을 열며 사람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는 것에 비해 목련은 틈새에 끼어 조용히 피어난다. 전에는 순차적으로 벚꽃이 지고 목련이 피었다. 하지만 올해를 보면 다 같이 피는 형국이다. 결과적으로 벚꽃이 주인공이 되어 봄철 분위기를 끌어가는 상황에서 목련은 조연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목련은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꽃이 피기 전부터 미모가 심상찮다. 꽃봉오리가 벙글어지기 전, 꼬투리가 살짝 벗겨질 때는 마치 촛불을 켜놓은 듯 경건한 모습을 연출한다. 그 자체도 한 폭의 그림이다. 그러다 꽃봉오리가 열리면 순백의 우아한 기품을 지닌 꽃송이가 자태를 드러낸다. 벙글어진 정도에 따라 풍기는 고상함이 다르다. 피어난 꽃은 수녀의 성결함과 귀부인의 기품을 아울러 지녔다. 그야말로 공중에 떠 있는 연꽃이 빚어내는 경관은 한동안 시선을 딴 데로 돌리지 못하게 만든다.


참으로 애석한 일은 꽃의 자태가 일주일을 넘기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시한부 인생이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것인지도 모르겠다. 더더욱 안타까운 것은 꽃이 지는 모습이 너무 추하다는 것이다. 솔직히 목련이 꽃을 떨굴 때는 보고 싶지 않다. 매몰찬 것 같아도 어쩔 수 없다. 그래서 세상은 공평한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만큼 추함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목련이 필 무렵처럼 삶을 기품 있고 우아하게 살고 싶다. 그렇지만 노년에 목련이 지는 것처럼 늙기는 싫다. 점점 세상은 나이 듦이 악덕이다. 누구나 늙고 싶지 않아 발버둥을 친다. 심지어 할아버지 할머니를 할아버지 할머니라고 부르지 못한다. 자신들이 늙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오히려 노욕을 부릴 때 목련이 질 때처럼 추해지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흐름에 따라 순응하며 목련처럼 꽃 피며 살다 벚꽃처럼 미련 없이 아름답게 지고 싶다.

벚꽃의 낙화

#시와에세이 #목련 #개화 #낙화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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