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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은 담거나 바르거나

소심한 남자의 참회의 시

by 정석진

우울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수유 가지 늘어진 길을

따릉이를 타고 달린다


모호한 분위기 속에도

산수유 꽃은 저 혼자 명랑하다


아침 밥상머리에서

아내가 던진 한 마디에

팩 토라지고 발끈했더니

내 마음이 잿빛 하늘이 되고

덩달아 아내의 하늘도

똑같이 물들었다


팩은 담거나 바르거나

둘 중 하나인데

아무데나 잘못 사용하니

부작용이 심한 것


곧바로 후회할 것을

잠시도 못 참는

어리석음을 한하며

참회의 페달을 밟고는,


사무실에 들어서서

'답십리 도착'

문자 하나를 보내며

미안한 마음을 스리슬쩍

톡 하나에 담는다

산수유

#시 #참회 #미안 #팩 #다툼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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