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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릅을 아세요?

진안 산골을 찾아 두릅 따는 이야기

by 정석진

봄은 가장 손꼽아 기다려지는 계절이다. 겨울이 지나갈 무렵부터 촉감을 곤두세우고 봄 맞을 준비를 한다. 봄이 그토록 기다려지는 이유는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봄 그 자체로도 충분히 좋다. 죽은 듯 메마른 나뭇가지에 앙증맞은 새순이 자라나고 메말랐던 대지 위에 여린 들꽃들이 꽃을 피우고 새들이 정답게 지저귀는 시절은 단숨에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마법이다.


마법을 강력하게 하는 일은 바로 두릅을 따는 일이다. 전북 진안에 우연찮게 시골집이 생겨 두릅을 만나게 되었고 두릅 따는 일이 봄마다 고대하는 행사가 되었다.


도심에서 자라 예전에는 두릅이 무엇인지도 몰랐지만 지금은 두릅 전문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두릅에 대해 잘 안다. 자연에서 채취하는 일이 그렇게 재미나고 즐거운 일인지 예전에는 몰랐었다. 뒤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어른이 되어서 알게 된 손맛은 그렇게 짜릿할 수가 없다.


사실 두릅을 따는 일은 만만치 않다. 야생에서 자라는 두릅은 경사진 척박한 자갈밭에서 자란다. 다른 나무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며 살기에 키도 아주 크다. 그래서 좋은 두릅 하나를 따려면 많은 수고가 뒤따른다. 기본적으로 높은 산을 올라야 하고 우거지고 거친 숲을 헤치며 보물 찾듯이 하나하나 찾아내는 일은 아주 고된 중노동에 가깝다.


올해는 홀로 월요일에 진안을 찾았다. 그곳에 사시는 누님과 함께 도착하자마자 장비를 갖추고 산을 올랐다. 장비는 거친 관목을 헤치며 나갈 때 긁히지 않는 두터운 상하의와 모자 그리고 두릅가시를 피할 수 있는 코팅된 장갑에 배낭 그리고 큰 나무를 잡아당길 수 있는 굽은 지팡이가 전부다.


산을 올라가 보니 기온이 올랐음에도 두릅나무 대부분이 아직 새순이 나지 않았다. 실망이 되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속속들이 숲을 뒤져 손맛은 보았다. 우리 가족들이 먹는 양만 채취하는 일은 별게 아닌데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다 보니 많이 따야 한다. 그래서 다음 날은 비가 오락가락하는 데도 산을 올랐다.


깊은 산골이라도 두릅을 채취하는 일에는 보이지 않는 경쟁이 심하다. 국유림이기에 외지인은 채취를 할 수 없는 데도 외지 사람들이 끊이질 않는다. 더구나 현지에 사는 주민이 감시원을 겸하며 임도를 따라 차를 몰고 다니며 수확을 주로 한다. 이런 이유로 시기를 못 맞추면 하나도 딸 수가 없다.


눈에 띄는 두릅은 차지하기가 어려워 숲 속을 찾아 들어간다. 숲은 대부분 키만큼 큰 잡목들과 가시덩굴이 가득하다. 매 같은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면 의외로 튼실한 두릅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수풀을 헤치고 가지를 당겨 두릅을 딴다. 또다시 주위를 둘러보며 두릅을 찾는다. 전날 내린 비에 숲이 젖어있어 옷도 젖어 축축하다. 산을 이리저리 다니다 보면 땀도 송골송골 맺힌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오히려 시원할 지경이다. 하나 둘 따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모르고 산을 헤맨다. 그러다 썩은 나뭇가지를 잘못 밟아 넘어지기도 했다. 따는 일에 집중하다 보면 운무에 덮인 산자락에 파묻혀 시간도 잊게 된다.


사실 두릅이야 시장에서 사다 먹으면 그만인데, 구태여 산골을 찾아 산을 오르는 수고와 채취하는 노고를 더하는 이유는 자연의 품속에 안기는 기쁨이 있고 자연이 내어준 선물을 손수 찾아서 수확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해가 갈수록 두릅을 따는 일이 쉽지 않다. 마지막 날에는 친구까지 찾아와서 두 번이나 산에 올라 무리를 했더니 하루가 지난 지금도 몸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언제까지 즐길 수 있을지 기약이 없지만 올해도 또 하나의 추억을 남긴다. 나의 작은 수고로 인해 즐거움을 함께 맛보며 나누는 이들의 환한 얼굴이 눈에 선하다.

#에세이 #두릅 #진안 #글로성장연구소 #별별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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