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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정취가 어린 쑥떡을 빚는 봄

진안 산골을 찾아 직접 쑥을 캐고 떡을 빚다

by 정석진

봄이면 산골로 찾아가 두릅을 따는 것이 아주 중요한 행사지만 거기에 한 가지 꼭 더 하는 일이 있다. 그것은 바로 쑥떡을 빚어 오는 일이다. 청정의 자연에서 자라난 쑥을 아낌없이 넣고 만든 쑥떡은 시장에서 파는 쑥떡과는 비교할 수 없는 건강한 먹거리다.


이른 새벽에 두릅을 따고 난 후, 늦은 아침을 먹고 좀 쉬었다가 쑥을 캐러 간다. 제철 쑥은 위 건강에 좋다고 한다. 만성위염을 달고 사는 내게는 아주 좋은 음식인 셈이다. 초봄에 막 돋아 난 솜털이 보송보송한 어린 쑥은 국을 끓여 먹지만 떡을 하려면 너무 어린 쑥은 곤란하다. 채취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양도 채우기 어렵다. 한 말 정도 떡을 하려면 쑥도 쌀의 양만큼 많이 캐야 한다. 더구나 쑥의 양도 삶아서 물을 꼭 짠 분량이니 쑥을 어마어마하게 캐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 보니 나물 캐는 것처럼 해서는 어렵고 풀을 베어내듯 한꺼번에 많은 양을 낫으로 쓱쓱 잘라 내는 식으로 해야 떡을 할 수 있게 된다.

낫으로 쑥을 베려면 크기도 적당히 커야 하고 무리 지어 있어야 하는데, 다행히 쑥은 크는 습성이 수북하게 한데 모여 자란다. 쑥은 생명력이 강해서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번식력도 대단하다. 한 곳에 자리를 잡으면 쑥 천지가 되는데 그 후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기가 어렵다. 쑥대밭이 되었다는 말의 연유는 그렇게 생겨 난 것이다.


해가 뜨면 봄 햇살이 여간 따갑지 않기에 재빨리 잘라 내 큰 소쿠리에 담아 모은다. 쑥을 캐는 방식도 사람마다 다르다. 아내는 한 곳을 공략하면 끝까지 파는 타입이고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유형이다. 내 생각에는 크고 연한 쑥을 찾아다니며 수확하는 게 효율적일 듯한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우직하게 한 우물을 파는 것이 결과가 좋다. 그렇게 쑥을 모아서 방바닥에 산더미 같이 부어 놓고 이제는 다듬어야 한다.


다듬는 일도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티끌을 골라내야 하고 쑥이 아닌 풀을 추려내고, 거친 줄기도 다듬어서 부드러운 부분만 모은다. 한참 쑥을 다루다 보면 손톱에 쑥물이 들어 새까맣게 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함께 둘러앉아 수다를 떨면서 하다 보면 시간 가는줄도 모른다. 마구잡이로 베어온 까닭에 정리가 끝나면 버리는 것도 꽤 많다.

그다음 과정은 쑥을 삶아서 씻는 일이다. 삶아야 하는 양이 많기에 가스레인지로 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밖에 큰 솥을 걸어 장작불을 때서 하게 된다. 삶는 것도 기술이 필요하다. 덜 삶거나 너무 많이 삶아도 안되기에 쑥 대궁이가 물렁해지는 것을 점검하면서 삶는다. 적당하다 여겨지면 건져 내 찬물에 담가 여러 번 깨끗이 씻어야 한다. 잘 다듬었다고 하지만 씻을 때마다 덤불이나 티끌이 끝없이 나온다.


씻는 일이 끝나면 이제 우리 할 일은 대충 마무리가 된 것이다. 그런 후에는 쑥을 방앗간으로 가져간다.


떡을 하려면 몇 시간 전에 반드시 방앗간에 전화를 해야 한다. 그 이유는 떡을 하기 위한 쌀을 물에 미리 불려 두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삶은 쑥의 물기까지 제거해서 가져가야 했는데, 지금은 방앗간에서 처리해 주니 수고가 많이 줄었다.


떡은 찹쌀로 인절미도 해보고 맵쌀로 절편도 했었는데 두고 먹기에는 절편이 훨씬 좋았다. 그래서 해마다 맵쌀로 만드는 절편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쑥떡에는 소다가 들어간다. 그 이유는 떡의 색상이 진해져서 보기에 좋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소다를 넣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가 한 쑥떡은 보기에는 연한 빛에 조금은 거칠게 보였다. 그런 선택으로 맛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고 오히려 무공해 음식으로 건강하게 생각 되었다.


떡을 하는 과정은 먼저 불린 쌀과 쑥을 제분기에 곱게 간 후 증기로 20분 정도를 쪄 낸다. 그 후 절편으로 떡을 뽑아 내 적당한 크기로 자르면 완성이다. 방앗간에서 떡을 가져오면 참기름을 발라 떡이 붙지 않도록 해서 한 번 먹을 양으로 비닐봉지에 소분하여 냉동보관 해 둔다.


보관한 떡을 먹는 방법은 해동을 한 후 프라이팬에 올리브유를 둘러 구우면서 한 입에 먹기 좋게 자른다. 떡은 고소하면서 겉은 바삭하고 속은 말랑해진다. 여기에 꿀에 찍어 함께 먹으면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다. 정말로 쑥떡은 고향의 풍미와 향수를 가득 담은 아주 귀한 음식이다.


떡을 하기 위해 시간과 수고가 꽤 들긴 해도 보람은 충분하다. 진안 산골의 무공해 친환경 쑥을 직접 캐서 만든 건강한 떡을 때로는 간식으로 더러는 식사 대용으로 1년여를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거기에 이웃과 나누어 먹으면 기쁨도 배가 된다. 고운 봄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참으로 귀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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