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은 그저 의미 없이 지나갈 때가 많았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평일이라는 시간은, 마치 특별할 것만 같은 주말만 기다리는 숙제 같았다. 그렇다고 주말이 특별하지도 않았다. 대게 주말은 평일에 응축시킨 고단함을 씻어내기 바쁘거나, 평일에 이루지 못한 아쉬움을 풀어내는 시간으로 보냈다. 특별할 것 없기에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의미 없이 반복되기에 의미를 두지 않는. 그런 하루를 보내며 한 주가 되고, 한 달이 되어, 한 해를 넘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시간은 소름 끼치게 빨리도 흘러가있더라. 분명 많은 나날들을 보냈지만 기억에 남는 장면하나 없이 공허함만 남는 시간의 형태로. 어떻게 지금의 내 모습이 되었는지 설명할 것 하나 없는 텅 빈 시간들. 즐거웠던 추억도 상처받은 아픔마저 하나 없이 지나친 지독히도 평탄한 시간들. 그 시간들이 모여 내 인생이 만들어지고 있단 생각에 조금은 무서워졌다. 마치 무채색의 사람이 된 것 마냥.
그래서 하루를 좀 더 특별하게 살아보기로 했다. 반복되는 평일의 일상과 쉬기 바쁜 주말이란 휴식에 억지로라도 의미를 심어 보기로 했다. 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마음가짐만으로는 부족하다. 행동이 동반되어야 한다. 우선 흩어져 있던 취미들을 끌어 모았다. 주말이면 반나절이고 달렸던 장거리 러닝, 사람 사는 모습을 구경하며 걷던 산책, 집중해서 몰아보기 좋아했던 넷플릭스 감상, 충분한 시간의 여백을 두고 읽고 쓰기 좋아했던 독서와 글쓰기까지. 모으고 모아 평일과 주말 할 것 없이 골고루 배분했다. 마치 여러 화분에 물을 주듯.
이것 만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새로움도 필요하다. 늘 걸었던 출근길을 산책길이라 생각해 보자. 여행 갈 때나 꺼내던 필름 카메라를 서류 가방에 넣고 다니기 시작했다. 매일 같은 출근길이지만 똑같은 장소를 특별한 듯 반복해서 카메라로 찍었다. 출근하는 내 발걸음을 찍기도 했고, 매일 지나치던 세탁소, 빠르게 달리는 지하철, 회사 앞 가로수와 주차장까지 닥치는 대로 찍었다. 마치 이 길이 새롭다는 듯이. 여행을 다니며 설렌다는 듯이. 이렇게 하루라는 시간 어느 틈 사이에 계속해서 내 무언가를 끼워 넣었다. 어떻게든 돼 보라는 식으로.
하루를 좀 더 특별하게 살기 위해선
사소한 걸 특별하게 바라보는 재능이 필요하다.
매일 지나치는 것도 특별하게 바라보고, 틈틈이 비워진 시간도 현명하게 사용할 줄 아는 재능. 재능이라 말하기 우스울지 몰라도 은근한 노력도 필요하다. 의미 없던 평일의 하루를 의미 있게 만드는, 그저 무의미하게 나이 들기 싫다는 발악 같은, 그저 지나치지 않고 붙잡고 앉아 곱씹어보는 노력. 그러다 보면 소름 끼치도록 내달렸던 시간이 살포시 브레이크를 밟듯 점차 느려지지 않을까. 그렇게 사소하지만 새로운 순간들이 모이다 보면 어느새 추억으로도 남지 않을까. 밀도감 하나 없이 푸석푸석했던 하루가 밀도가 생기면서 특별하게 채워지지 않을까.
<물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