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범할마 May 15. 2020

녹차 한 잔

그대에게 녹차 한 잔 따를 때 내 마음이 어떻게 그대 잔으로 기울어 갔는지 모르리

맑은 마음 솟구쳐 끓어오를 때 오히려 물러나 그대 잔을 덥히듯 더운 가슴 식히리.

들끓지 않는 뜨거움으로 그리움 같은 마른 풀잎 가라앉혀 그 가슴의 향내를 남김없이

우려내야 하리.

그대와 나 사이 언덕에 달이 뜨고 풀빛 어둠 촘촘해오니 그대여, 녹차 한 잔 속에

잠든 바다의 출렁임과 잔잔한 온기를 빈 마음으로 받아 드시게

-고옥주-



연초록의 잎들이 봄바람에 살랑이고 산에서 뻐꾸기 울음소리 따라 묻어온 찔레꽃 향이 짙은 날에는

맑은 녹차가 마시고 싶다.  

대학 교양 시간에 배운 '다도'를 한 번도 써먹은 적이 없다.

미친년 널 뛰듯이 시간에 쫓기듯 살아온 나는 여유롭게 앉아서 찻물을 끓이고 다기에 따르고

찻잎이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없었다.

귀촌해서 녹차 라테 해 먹는다고 하동에서 가루 녹차를 주문하여 우유 거품을 내어 남편과 둘이 

만들어 마신 게 고작이다.


다기에 찻잎 우려내어 제대로 녹차를 마시고 싶다.


봄바람, 바다의 윤슬, 하얀 뭉게구름을 첨가한 기가 막힌 녹차 마시러 우리 집에 오라고 초대장을 보내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행복하다.


작가의 이전글 단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