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대에게 녹차 한 잔 따를 때 내 마음이 어떻게 그대 잔으로 기울어 갔는지 모르리
맑은 마음 솟구쳐 끓어오를 때 오히려 물러나 그대 잔을 덥히듯 더운 가슴 식히리.
들끓지 않는 뜨거움으로 그리움 같은 마른 풀잎 가라앉혀 그 가슴의 향내를 남김없이
우려내야 하리.
그대와 나 사이 언덕에 달이 뜨고 풀빛 어둠 촘촘해오니 그대여, 녹차 한 잔 속에
잠든 바다의 출렁임과 잔잔한 온기를 빈 마음으로 받아 드시게
-고옥주-
연초록의 잎들이 봄바람에 살랑이고 산에서 뻐꾸기 울음소리 따라 묻어온 찔레꽃 향이 짙은 날에는
맑은 녹차가 마시고 싶다.
대학 교양 시간에 배운 '다도'를 한 번도 써먹은 적이 없다.
미친년 널 뛰듯이 시간에 쫓기듯 살아온 나는 여유롭게 앉아서 찻물을 끓이고 다기에 따르고
찻잎이 우러나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없었다.
귀촌해서 녹차 라테 해 먹는다고 하동에서 가루 녹차를 주문하여 우유 거품을 내어 남편과 둘이
만들어 마신 게 고작이다.
다기에 찻잎 우려내어 제대로 녹차를 마시고 싶다.
봄바람, 바다의 윤슬, 하얀 뭉게구름을 첨가한 기가 막힌 녹차 마시러 우리 집에 오라고 초대장을 보내는
상상만 해도 즐겁다.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