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

영화 '안경'에 대한 소고

by 김먼지

영화 안경은 좋은(착한) 사람과 좋은 사람이 만나 좋게 끝나는 영화다. 좋은 사람이 갑자기 나쁜 사람이 된거나 하는 구석이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기 때문에 나는 이 영화가 너무나 따분했다. 하지만 어느 틈엔가 이런 드라마도 내러티브도 거의 없다시피 한 이 영화와 같은 삶에 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좋은 것들을 뺀 나머지는 여백인 삶,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그냥 좋게 끝나는 영화처럼 절망이나 비극없이 평평한 삶에 대한 마음이 언제부턴가 생긴 것 같다. 삶에 대단한 예술도, 심도깊은 고뇌도 없이 '좋다'라는 단어를 프레스로 납작하게 눌러서 그게 전부인 삶.


최근에야 깨달은 사실이지만, 낯을 많이 가리는 내 성격보다 조금 더 심한 대인기피증 같은 것이 학교를 오래 다니는 동안 생겼던 것 같다. 항상 많은 것들이 힘들고 바쁘고 어려웠다. 그래서 결국 누구에게도 좋은 사람이지 못했다.


언젠가 만날 좋은 사람을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영화처럼 많은 내용을 뺀 것 같은 삶을 살기는 어렵겠지만 많은 부분이 비워져 있어도 괜찮은, 그냥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이 만나 좋은 사이가 되는 영화처럼 너무나 따분하지만 따분해도 딱히 상관없는 그런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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