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의 빛

우리가 아침형 인간이 되기 어려운 이유

by 김먼지


보통은 해가 진 저녁에 동네를 산책하러 나가는 일이 많지만, 이날은 도서관에 가기 위해 아침에 산책하러 나갔다. 집 근처 새로 지어진 멋스러운 도서관이 있어 시간이 빌 때 가서 이런 책 저런 책 펼쳐보면서 보내기 좋다. 남는 시간이 너무 많았던 최근에 나름대로 정해놓은 미션이 아침에 도서관을 방문하는 것이었는데, 이날은 아침부터 지나치게 맑은 하늘과 더운 날씨로 한 걸음 한 걸음 걷는 것도 힘에 부쳤다.

아침형 인간이 되기 위한 시도를 많이 했다. 대학원이라는 공간 속에서 긴 방학과 띄엄띄엄 있는 수업을 듣고 있노라면,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참 어려웠다. 이날은 걸으면서 그것을 생각했다.

밤의 시간과 아침의 시간, 단순히 시곗바늘을 돌리는 문제가 아니라 밤과 아침은 감성적으로 전혀 다른 시차 위에 놓여있다. 밤에 하던 생각이 아침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지 않을뿐더러, 아침에는 하지 않던 고민은 밤이 되면 물을 엎지른 것처럼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왜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지 못할까?

밤의 시간이 좋으면 좋을수록 아침은 때로 견디지 못하는 이성적 판단의 시간을 제공한다.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맑은 하늘 아래에서 산책하면, 어둡고 무거운 밤 아래에서 생각의 결이 퍼지는 것과는 달리 몸의 시간, 운동감 있게 움직이는 시간 속에 놓여있음을 실감한다.

인간 신체 구조의 문제를 통해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답을 내놓기보단, 내가 느끼는 것에 대해 적고자 한다. 아침에는 밤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본다. 횡단보도를 막는 공사 중 표지판, 전봇대의 전선들, 건물의 구조, 지나가는 사람의 시장바구니 색깔, 나를 앞지르는 검은 차의 차종, 매일 걷는 골목의 아스팔트 색깔까지.

이날은 정말로 그게 싫었다. 유달리 파랗디파란 하늘까지 더해져 무수한 정보들로 넘쳐났고, 잠이 덜 깬 나는 아직 밤의 시간을 벗어나지 못해 눈을 찡그렸다. 집에 돌아와 메모장을 열고 부끄럽고 서툴지만 아래와 같이 적었다.

아침부터 하늘은 하늘색이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파랬고, 도서관에 가기 위해 힘겹게 집을 나서 눈을 찡그리며 횡단보도를 기다렸다. 아침의 빛은 때때로 독이 된다. 파라면 파랄수록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서 침묵은 어떤 보상으로도 이어지지 않고, 충분히 가려질 만 한 어떤 정보에 대해 함구하기를 멈춘다. 축축한 습기가 주변을 에워싸는 7월의 맑은 날은, 앞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가장 쉬운 일조차 불가능의 가능성을 지닌 일로 변모시키는데, 내가 했던 고민은 바로 거기서 시작됐다. 두 번의 횡단보도가 파란 불을 울릴 때까지 나는 눈을 찡그리며 생각했다.

아침의 시간에 관한 노래로 머리에 각인된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아침의 빛> 속 한 구절을 인용하면서 마무리한다.

다시 밤이 온다면 우리에겐
아무런 문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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