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어수정 Oct 21. 2023

추억의 가을운동회

어제는 몇 십년만에 가을운동회를 다녀왔다. 손자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처음으로 열리는 가을운동회이다.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학교 행사를 생략했는데 올해는 열리게 되었다. 아들과 며느리가 회사에 휴가를 내기가 어려워 나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모처럼 손자의 첫 운동회인데 안 갈 수가 없어서 딸과 함께 가기로 했다. 전날 학교 통신문에는 학부모가 있어야 할 장소와 학생들에게 음료수도 주면 안 된다는 알림이 있다고 며느리가 일러 주었다. 손자도 학교 규칙이니까 절대로 저한테 음료를 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학교 규칙이니 지킬 수밖에... 그래도 혹시나 하면서 과자와 과일을 조금 준비해서 가지고 갔다. 전날은 왠지 설레기도 하여 만일 조부모와 손자가 함께 하는 종목이 있으면 참여해 볼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잠을 설쳤다. 


당일 아침, 딸과 만나 차는 아들 아파트 주차장에 두고 학교로 가기로 했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학교로 가면서 "일찍 와서 학부모가 우리만 있으면 어떡하지?" 하고 도착해 보니 와! 학부모들이 벌써 많이 와 계신 것이다. 엄마들 뿐만 아니라 아빠들도 많이 보인다. 회사에 휴가를 내고 참석을 한 것인지 많은 아빠들이 눈에 띄었다. 이 학교만의 분위기인지 아니면 요즘 젊은 부모들의 자식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것인지 새롭게 느껴졌다. 그러니 할머니라도 오길 잘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과거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딸과 아들 소풍이나 행사 때 참석할 수 없었던 때가 떠올랐다. 그 때 아이들이 어떤 심정이었을까를 생각하니 새삼 또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도 딸이 국민학교 다닐 때 그 학교는 운동회를 어린이날에 해서 부모가 참석할 수 있었다. 1학년 때 부모와 아이가 손잡고 춤을 추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함께 했던 기억이 있다. 학창 시절에는 공부했던 기억보다 소풍이나 운동회와 같은 행사가 기억에 오래 남는데, 손자도 처음 하는 운동회가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운동회날이라면 전체 학년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행사를 했는데, 요즘은 운동장이 작아서 그런지 오전, 오후로 나누어서 한다. 1~3학년은 오전에 운동회를 하고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에는 수업을 한단다. 그리고 4~6학년은 오전에 수업을 하고 오후에 운동회를 한다고 한다. 수업이 제대로 될까? 손자는 3학년이라 오전에 운동회를 했다. 규모는 작지만 아이들이 선생님을 따라 자유로움 속에서도 질서있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교육의 중요함을 다시 느꼈다. 


학부모들은 서로 자기 아이들을 찾고 이름을 부르고 하지만 학부모 관람선을 넘어서는 사람 없이 질서있게 잘 지키고 있다. 나도 손자를 찾아 이름을 부르고 손을 흔들었지만 손자는 할머니를 봤는지 고개만 숙이고 빙그레 웃기만 했다. 프로그램에 따라 아이들이 질서있게 잘 하고 있었다. 학년별로, 반별로 움직이면서 하는 가을운동회. 전통놀이, 에어바운스, 운동장경기는 50m 장애물 달리기, 깃발꽂기, 에어봉달리기, 그리고 운동회의 꽃인 1,2,3학년 이어달리기와 조부모, 학부모 경기 등 짜임새있게 순조롭게 진행이 잘 되었다. 마무리와 함께 성적 발표. 청군과 홍군으로 나누어서 했는데 종합성적은 청군이 이겼다. 손자는 홍군인데... 


가을운동회


이어달리기는 반에서 한 두명을 뽑아 달리는데 1년의 차이가 확 드러난다. 청군과 홍군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는데 바톤을 놓치거나 1학년은 바톤을 잡고 어디로 뛰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소리를 지르기도 하면서 응원을 했다. 마지막에 홍군이 앞서 가다가 청군의 학생이 간발의 차이로 앞서서 이겼다. 역시 마라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손자 덕분에 재미있게 하루를 보냈지만 손자에게 말도 못해 보고 과자도 주지 못 했다. 하지만 규칙을 잘 지키는 학생과 할머니이니 아쉽지만 괜찮다. 먼발치에서 손자가 참여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거나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도 재미있고 즐거운 하루였다. 


그날 저녁 늦게 영상 통화로 하루 못 다한 이야기를 했다. 아들 며느리는 고맙다고 말하고 손자도 운동회가 즐거웠다고 했다. 나도 할머니 손자라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고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가을 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