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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Oct 03. 2023

가을 바다

대천해수욕장

9월 마지막 일요일, 우리 '여일수' 모임에서 버스투어로 보령 죽도 상화원과 대천해수욕장, 그리고 백제 문화제를 다녀왔다. 


'상화원(尙和園)'은 한국식 전통정원이라고 하는데, 단순히 한옥을 복원하는데 그치지 않고 죽도가 지닌 자연미를 그대로 살리고 물과 나무, 바람이 조화를 이루는 한국식 정원을 더함으로써 한국적 미를 극대화했다고 한다. 나무데크를 따라 걸으면서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바다 경치는 참으로 아름다웠다. 한 폭의 수채화다. 상화원에는 세 종교의 상징물이 있다고 한다. 불교를 상징하는 반가사유상이 '석양 정원'의 바다 방향에 자리잡고 있고, 유교를 상징하는 병산 서원의 '만대루'가 한옥 마을 위쪽에 복원되어 있고, 기독교의 예수를 상징하는 33(예수의 나이) 개의 '수석 정원'이 해안 절벽을 따라 이어져 있다. 조화를 통해 아름다움을 나타내려고 한 사람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곳 한옥마을은 사대부의 집에서부터 일반 평민, 관리들이 사용하던 한옥까지 안채, 문간채, 행랑채, 정자까지 한옥의 다양한 형태를 보여 주어 전통적 한옥마을의 면모를 갖추었다. 이곳에는 구암리 가옥 안채와 문간채, 대봉리 가옥, 화성 관아 정자를 이건(移建), 고창 읍성 관청, 낙안 읍성, 해미 읍성 객사 등이 복원(復元)되어 있다. 




전통 가옥


맛있는 점심을 먹고 일행과 함께 여유롭게 대천해수욕장을 산책했다. 나에게 바다는 멀리서 바라보면서 감상하는 정도의 경치이다. 직접 물에 들어가 수영을 하거나 하는 일은 어린 시절에나 있었던 일이고 나이 들어서는 간 기억이 없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사람이 신발을 벗고 물에 들어 가자고 하여 용기를 내어 따라 들어갔다. 색다른 느낌이 나를 흥분케 했다. 물은 따뜻했고 모래사장은 부드러우면서 단단하여 발바닥을 간질이는 것 같았다. 기분은 마냥 들떠 포즈를 취하면서 사진도 찍었다. 파도는 자기 할 일을 잘 하고 있지만 나는 파도가 밀려 올 때마다 어지러워서 몸을 지탱하기가 힘들었다. 이것도 나이가 젊었을 때 해야하는가 보다. 우리가 가을 바다에 흠뻑 취해 있는 동안에 갈매기도 바다를 만끽하고 있는 모습이 여유로워 보였다. 여름의 바다는 시원하고 활기가 넘치지만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고, 겨울의 바다는 춥고 을씨년스러운 느낌이 든다. 나에게는 오늘 여행 중 압권은 대천해수욕장에서 가을 바다의 또 다른 아름다움에 푹 빠진 것이었다. 

 

대천해수욕장에서


가을 바다를 즐기는 갈매기


마지막으로 백제 문화제인 '2023 대백제전'을 구경하였는데, 마침 도착하자마자 백제군들의 교대식을 보게 되었다. 뭔가 모를 어색함으로 열심히 참여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곳에는 능사(陵寺)라는 절이 있는데 백제 왕실의 대표적인 사찰로, 위덕왕이 아버지 성왕을 위하여 지은 사찰로써 백제 최고의 유물인 국보 제 287호인 <백제금동대향로>가 발굴되었으며, 567년에 건립되었음을 입증하는 국보 제 288호인 <창왕명석조사리감>이 발굴된 사찰이다. 능사(陵寺) 주지인 명안 스님이 손수 대향로의 뚜껑을 열어 우리에게 향을 피우라고 하면서 백제금동대향로와 목각으로 만든 부처님에 대한 설명을 해 주시고 차를 따라 주시는데 감동을 받았다. 오늘 하룻동안의 여행이 조금 힘들었지만 충분히 감동을 받아 마음이 아주 편안하고 따뜻했다. 우리는 두 다리로 걸을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즐겁게 여행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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