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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Nov 10. 2023

책상 서랍 속의 동화

장예모 중국 감독의 영화 제목입니다

EBS 교육방송에서 방영하는 일요시네마를 가끔 본다. 

이번에는 중국의 유명한 감독의 1999년에 제작한 작품이라고 하여 시간을 내서 봤다. 

내가 장예모 감독이 유명한 감독이라고 생각한 것은 <붉은 수수밭>이라는 영화를 본 후이다. 

<붉은 수수밭>으로 1988년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으며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장예모를 중국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만들어 놓았다.


중국시골의 한 낡은 초등학교. 

유일한 교사인 가오 선생이 노모를 돌보기 위해 한 달 동안 학교를 비우게 된다. 

마을 촌장은 13세 소녀 웨이민치에게 월급 50원을 주기로 하고 

대리 교사로 데려 오면서 이 영화는 시작한다.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소녀가 시골 학교 교사로 오는 것에 많이 황당했다. 

가오 선생은 한 달 동안 학생이 줄어들지 않으면 10원을 추가로 주겠다고 약속하고 떠난다. 

하지만 초등학교를 갓 졸업한 어린 소녀가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매일 출석을 부르고 교과서 내용도 칠판에 열심히 적어서 아이들에게 받아쓰게 하지만 

아이들은 어린 선생님을 얕잡아 보고 말썽만 피운다. 

학교 환경도 어려워 학생과 교사가 교실 한 옆에서 같이 숙식을 하는 모습도 그렇고, 

학생인지 교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모습도 감상하는데 많이 불편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난 뒤에는 13세 어린 소녀를 교사로 설정해 놓은 감독의 큰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영화의 원제는 '一個都不能少' - '하나라도 모자라면 안 돼'라는 의미이다. 

한 학생이라도 모자라면 10원의 보너스를 받을 수 없어 한 학생이라도 지키려는 마음이었지만, 

영화 중반에서는 특별한 기교없이도 잔잔한 감동을 주면서 

연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출연진들의 자연스러운 연기와 

장예모 감독의 특출한 연출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


<사기동 계곡, 사기막골>, 유화, 어수정 作, 2023.11.10


어느 날, 달리기에 소질있는 여학생 하나가 도시로 전학을 가게 되는데 

웨이는 학생을 숨기면서까지 촌장과 실랑이를 벌이지만 

장난이 심한 장휘거가 입을 여는 바람에 결국 학생수가 하나가 줄어들며 

'보너스 10원'도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며칠 뒤에는 장휘거마저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된다. 

집이 너무 가난해서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떠난 것. 

웨이는 장휘거를 찾아오기 위해 남은 학생들과 궁리를 한다. 

도시로 가려면 버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무작정 벽돌공장에 가서 벽돌을 날라 여비를 마련하기로 한다. 

몇 차례 '돈'때문에 실랑이를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 당시 중국의 현실을 반영하였더라도 막무가내식으로 행동하는 것은 좀 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말썽꾸러기 학생이 무단으로 결석하자 

아이를 찾아 나서는 모습은 교사와 학생들의 순수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보너스 10원을 못받는다는 마음보다는 

한 학생이라도 찾으려고 하는 교사 웨이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웨이는 장휘거가 일한다는 곳에 도착하지만 이미 행방이 묘연한 상태. 

이 영화에서의 백미는 웨이가 도시로 갈 여비를 마련하기 위해 학생들과 좌충우돌하는 모습, 

행방불명된 학생을 찾기 위해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장면이다. 

웨이는 얼마나 벽돌을 날라야 차비를 마련할 수 있는지 

아이들과 함께 계산하면서 서먹하던 아이들과 관계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리고 부족한 돈으로 산 콜라를 많은 아이들이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장면은 

애틋하면서도 따뜻한 여운을 남겼다.


이 영화는 가난때문에 학교를 떠나야 하는 아이들과 

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문제, 그리고 진정한 인간적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영화이다. 

이 작품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대부분이 배우가 아니라 

현지에서 캐스팅해서 실명으로 등장하는 일반인들이라고 한다. 

이들은 실제 자신들의 삶에서와 똑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대리 선생 역은 13살 소녀인 웨이민치가 맡았고 문제아 학생을 실제 문제아인 장휘거가, 

가오 선생과 촌장, 방송국 국장도 다 실제 인물이라고 한다. 

배우도 아닌데 어린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감독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역시 장예모 감독이다.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1999년 베네치아 영화제 황금사자상(Golden Lion)을 수상하였으며, 

같은 해 부산 국제 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던 작품이다. 

오랜만에 마음 따뜻해지는 작품을 편안하게 감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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