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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Dec 06. 2023

대어(大魚)를 낚았다?

<아름다운 만남>, 유화, 어수정 作, 2023.12.5



 


물고기를 소재로 한 그림을 처음으로 그려 보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문득 오래전에 나에게 있었던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서 몇 자 적어본다.


먼저, 남편을 만나기로 약속을 한 날 며칠 전에 꾸었던 꿈 이야기이다. 

그 당시에는 소개로 남자를 만났는데, 나는 엄마 고등학교 때 

가장 절친한 친구가 시댁 친척분의 아들을 소개하여 만나기로 한 것이다. 

그때의 꿈 내용은 내 고등학교 운동장 한쪽에 수영장이 있는데(실제로는 없다) 

그곳에 맑은 물이 8부쯤 가득 차 있고 물고기 3마리가 유유히 움직이고 있었다.

  3마리 중 2마리는 검은색, 한 마리는 붉은색의 물고기인데 

크기도 크고 내 눈에 확 띄어 내가 멋있다고 하면서 바라보다가 깨었다. 

엄마에게 꿈 이야기를 하니 우리딸이 결혼을 하겠구나 하면서 웃으셨다. 

그때의 첫 만남의 남자가 지금의 남편이다. 인연이라고 해야겠지.


또 하나는 1990년대 남편이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중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의 이야기이다. 

여름방학 때 중국여행도 하고 남편도 볼겸 중국을 방문했다. 

남편의 안내로 만리장성, 천안문 등 여러 곳을 구경하고 공자의 사당도 다녀왔다. 

그 때는 내가 사서(四書) 공부에 심취하고 있어서 

공자의 사당은 꼭 가고 싶어 남편에게 말하여 다녀왔다. 

지금은 장소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당의 분위기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리고 하숙집 주인이 낚시를 좋아한다고 하여 낚싯대를 선물로 주었더니 

우리를 저녁식사에 초대를 했다. 하숙집 주인과 딸, 그리고 우리 부부. 

이야기를 나누며 즐거운 저녁 시간을 가졌다. 남편은 중국어로, 나는 필담(筆談)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하숙집 주인이 낚시하는 것을 좋아하며 즐긴다고 이야기 하니까 

남편은 자기는 낚시는 좋아하지 않고 잘 못하지만 

인생 살아오면서 대어(大魚)를 낚은 행운아라고 말하면서 

나보고 내 이름을 한자로 적으라고 한다. 

내가 이름을 한자로 '魚 oo'하고 적으니 주인이 박장대소, 모두 웃었다.

내가 낚였는지 꿰였는지... 아무튼 천생연분이었는가 보다. 

마지막에 초대해 주어 감사하다고 '감사'를 한자로 적었더니 주인집 딸이 요즘 중국에서는 

정자(正字)를 쓰지 않고 약자(略字)를 쓴다고 하면서 자기가 직접 약자로 써 주었다. 

물론 남편의 통역을 통해 알아 들은 말이다. 


이메일의 내 아이디도 'fishuh' '고기 어' 바로 '魚'인 것이다. 

내 성(姓)이 특이하니까 다른 사람들은 내 이름을 잘 기억하는데, 

나는 상대방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 그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앞으로 가끔 물고기 그림을 그리고 싶다. 

생동감 있게 그리는 것이 관건인데, 열심히 그리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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