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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May 09. 2024

기억의 한 조각, 회상

<힘찬 유영(流泳)>, 유화, 어수정 作, 2024.5.7





가끔 혼자 있을 때, 학생들을 상담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아이들이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남자고등학교에 근무하면서 2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3월 한달 동안 학급 아이들을 면담을 한다. 

대략이나마 학생들을 파악하기 위해 담임을 맡으면 항상 하는 일이다. 

네 성격의 장점과 단점, 형제 관계, 진로, 하고 싶은 일 등. 

면담할 때 내가 필히 학생들에게 질문하는 기본 내용이다. 

그리고 중간, 기말 고사를 보면 그 성적을 갖고 또 상담을 한다. 

어떻게 보면 학생들 상담을 한 달에 한 번씩 하게 된다. 

처음 맡은 남학생들이라서 특히 신경이 쓰였다. 


그 중, 한 학생이 방과 후 교무실로 와서 한 두 시간씩 상담을 하고 간다. 

나중에는 상담이랄 것도 없이 그냥 그 날의 일, 

또 집에서 아버지와의 일 등을 상세히 이야기 한다. 

아버지와의 갈등, 용돈을 벌기 위해 1학년 여름방학때 막노동까지 했다는 이야기, 

그 돈으로 여동생 용돈을 주고 좋아하는 레코드 판을 사서 듣는다고 한다.

음악을 좋아해서 레코드판을 사면 아버지는 공부하라고 판을 깨뜨렸다는 이야기 등등...

이야기를 들어주고 네가 아들이니 아버지의 심정을 이해해 주라고 조언도 해 주었는데, 

학년이 끝나는 2월에 아버지가 찾아와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아내와 이혼하고 남매를 키우는 아버지에게 집에 와서 하루의 일을 말할 때 

아이의 표정이 밝고 생기가 있어서 참 좋았다고 했다. 

1년 동안 아이가 비뚤어지지 않고 밝게 학교생활을 한 것은 

담임 선생님 덕분이라는 아버지의 말씀이 참 고마웠다.   

3학년으로 올라 가면서  그동안 선생님과 이야기하면서 

어머니같은 포근함을 느꼈다고 하면서 엘비스 프레슬리 레코드 판을 선물로 주었다. 

그 아이도 지금은 40대 후반이 되었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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