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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Apr 24. 2024

기다림의 연속

<석류>, 유화, 어수정 作, 2024.4.23






70평생 살아왔던 서울에서 경기도 운정신도시로 이사를 왔다.

난생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난 것이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나이들어 좀 작은 평수로 옮겨 생활하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처음 한 달은 집 안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또 한 달은 집 주변의 환경을 알아 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산책할 수 있는 공원, 정기적으로 약을 타야 하는 병원, 

우리가 즐겨 찾는 빵집이나 깨끗하고 맛있는 반찬가게, 

우리가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는 마트나 백화점 등... 

다행히 걸어서 10분 정도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할 다. 

내가 즐겨 찾는 한살림이 차로 15분 정도에 있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어느 지역에서 살든 그곳에 정을 붙이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다만 아쉽고 불편한 것은 교통이다.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교통은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가끔 모임이 있어 버스를 타거나 전철을 이용할 때 많이 기다려야 한다. 

버스를 놓치면 보통 10분은 기다려야 다음 차를 탈 수 있다. 

전철을 놓치면 10분에서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출퇴근할 때 많이 애타는 부분이다. 

GTX-A가 빨리 개통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3호선이 우리 동네로 더 연장이 됐으면 좋겠다.


기다림은 그리움, 인내의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 나의 기다림이라는 감정은 인내하는 것이다.

버스를, 전철을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약속시간에 늦게 도착할까봐 애가 타지만,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여유롭게 집에서 나오는 것이다.

집에서 좀 일찍 출발하여 기차여행하듯이 전철을 타고 간다.


엄지손가락을 다쳐 치료를 받는 병원에서도 

의사 선생님은 기다려야 한단다.

손가락 끝의 골절에 깁스를 할 수도 없고

그냥 자연스럽게 붙기만을 기다려야 한단다.

아픔을 참고 기다리란다. 


이 나이까지 살아왔으면서도 

어쩌면 인생 자체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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