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평생 살아왔던 서울에서 경기도 운정신도시로 이사를 왔다.
난생 처음으로 서울을 벗어난 것이다.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나에게는,
나이들어 좀 작은 평수로 옮겨 생활하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처음 한 달은 집 안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냈고,
또 한 달은 집 주변의 환경을 알아 보느라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산책할 수 있는 공원, 정기적으로 약을 타야 하는 병원,
우리가 즐겨 찾는 빵집이나 깨끗하고 맛있는 반찬가게,
우리가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는 마트나 백화점 등...
다행히 걸어서 10분 정도에 필요한 것들을 구매할 수 있다.
내가 즐겨 찾는 한살림이 차로 15분 정도에 있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어느 지역에서 살든 그곳에 정을 붙이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다만 아쉽고 불편한 것은 교통이다.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교통은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다.
가끔 모임이 있어 버스를 타거나 전철을 이용할 때 많이 기다려야 한다.
버스를 놓치면 보통 10분은 기다려야 다음 차를 탈 수 있다.
전철을 놓치면 10분에서 20분 정도를 기다려야 한다.
젊은 사람들이 출퇴근할 때 많이 애타는 부분이다.
GTX-A가 빨리 개통되기만을 기다릴 뿐이다.
3호선이 우리 동네로 더 연장이 됐으면 좋겠다.
기다림은 그리움, 인내의 감정을 내포하고 있다.
지금 나의 기다림이라는 감정은 인내하는 것이다.
버스를, 전철을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약속시간에 늦게 도착할까봐 애가 타지만,
참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여유롭게 집에서 나오는 것이다.
집에서 좀 일찍 출발하여 기차여행하듯이 전철을 타고 간다.
엄지손가락을 다쳐 치료를 받는 병원에서도
의사 선생님은 기다려야 한단다.
손가락 끝의 골절에 깁스를 할 수도 없고
그냥 자연스럽게 붙기만을 기다려야 한단다.
아픔을 참고 기다리란다.
이 나이까지 살아왔으면서도
어쩌면 인생 자체가 기다림의 연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