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에 이사온 후, 벌써 100일이 훌쩍 지나갔다.
미니멀라이프로 살아가기 위해
많은 것들을 비우고 또 비우기를 하여 공간적으로 여유가 생겨서 좋았다.
정신적으로도 홀가분해지고 가벼워진 것 같았다.
누구는 하루에 하나씩 비우기를 하거나
한 달에 한 번씩 대청소 겸 비우는 작업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말이 맞음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 벌써 구석구석에 물건들이 쌓이기 시작했다.
나는 자주 사용하지 않으면 버리자는 주의,
남편은 나중에 쓸 일이 있으니 보관하자는 주의.
성격이 달라도 너무 다른 부부이다.
젊은 시절에는 남편의 이런 행동에 불만도 있고 서로 트러블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내버려 둔다.
나이가 들고 보니 어느 때부터인지 모르겠으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챙겨주는 그런 부부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남편은 요즘 건강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친한 친구가 암에 걸려 치료를 받으면서 단백질 섭취를 위해
요즘 유행하는 두유제조기를 사서 집에서 해 먹는다는 소리를 듣고
자기도 주문을 하여 일주일에 서너 번 만들어 먹고 있다.
물론 내가 만들기는 하지만...
그리고 몸에 좋다는 비타민이며 다른 영양제도 자꾸 사들여 내가 핀잔을 주기도 하는데,
본인의 마음이 그러하니 더 이상 나무랄 수가 없다.
내 눈에는 아직도 버려야 할 물건들이 많이 있다.
지금도 버리는 문제에 있어서는 남편과 의견 대립이다.
배달하여 온 택배 상자도 버리지 않고 일단 보관을 한다.
미니멀라이프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빠른 판단력과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
이왕 버리려고 마음을 먹었으면 신속하게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남편이 외출했을 때 쌓아 둔 택배 상자를 신속하게 버려야 한다.
한참 지난 뒤에 쌓아 둔 것을 잊었는지 찾지도 않고 관심도 없다.
한 달에 한 번이 어려우면 100일에 한 번씩이라도 대청소를 해야겠다.
공간의 여유로움과 마음의 홀가분함을 느끼기 위해서,
나의 말년의 미니멀라이프를 위해서 행동으로 옮기는 일만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