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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Jul 07. 2024

미니멀라이프로 살아가기

 Apr 12. 2024 에 올린 글

<행복한 유영(流泳)>, 유화, 어수정 作, 2024.3.26





여러가지 이유로 올해 1월 작은 집으로 이사했다.      

아이들과 손주들이 오는 날이면 집이 꽉 찬 것 같지만,      

늙은 우리 둘이 살기는 딱 맞는 크기이다.      

미니멀라이프로 살고 싶은 나의 염원도 작은 집으로 이사하는데 한몫을 했다.      

젊을 때는 집을 구하는 여러 조건 중에 교통이 제일 중요했는데,      

출퇴근을 하지 않는 지금은 교통보다는 공기가 좋은 곳이 더 좋다.      

미니멀라이프로 산다고 해서 평수만 작은 곳으로 옮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 모습이나 집 안의 동선 등이 간단하면서도 짜임새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만큼의 나이가 들었지만,      

살아가는 동안은 꾸준히 꼭 필요한 것만 구매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작년 서너 달은 이사하기 위한 준비로 시간을 보냈다.      

인터넷에서 '정리의 달인'이라는 분이 말하는 것을 토대로      

우선 이사하기 전에 옷, 책, 그릇, 가구 등을 '버려야 할 것,      

재활용할 수 있는 것, 필요한 물건' 등으로 구분하여 정리를 했다.      

정리를 하는데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      

구분하기 애매한 것이나 남편과 의견 일치가 되지 않는 것들은      

일단 '필요한 물건'쪽으로 분류했다가 나중에 다시 생각해 보기로 하고 보류했지만,      

결국 내 의견을 들어주어 재활용쪽으로 보냈다.      

대형 생활 폐기물은 함부로 버리면 안 되고      

동사무소에 가서 크기에 맞는 돈을 지불하고 스티커를 받아 와야만 했다.      

버리는 물건에도 돈을 내고 버려야 하는 세상이 온 것이다.      

그만큼 이 지구상에 폐기물들이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너무 많은 자원이 너무 쉽게 생산되고 너무 쉽게 버려지고 하는지...      

그동안 나도 아무 생각없이(그때는 사고 싶은 물건이었지만...) 물건을 사들인 것에 반성을 하게 된다.                

이제는 미니멀라이프로 살아가기 위해서 내 의식 구조를 바꿔야 한다.      

의(衣)는 비바람을 막을 수 있고 더위나 추위를 이겨낼 수 있을 정도의 옷차림이면 되고,      

남이 봐서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 정도의 옷차림, 나이에 걸맞은 옷차림이면 된다.      

주(住)는 가구 정리나 집 안의 동선이 합리적이고 힘을 최소화할 수 있으면 된다.      

옷을 더 사거나 가구를 더 사야 하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문제는 식(食)이다. 나이들어 많이 먹지는 못하지만      

영양을 생각하여 골고루 먹기 위한 식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신이 없다.      

세 끼 밥을 해야 하는 부담도 있고 요리를 잘 하지 못하는 나에게는 힘도 든다.      

다른 것은 남편이 많이 도와 주지만, 음식은 어디까지나 내가 해야 하는 일이다.      

남편은 반드시 국이 있어야 밥을 먹는다.      

국을 잘 끓이면 다른 반찬은 적어도 괜찮다.      

그런데 땀을 많이 흘리는 나에게는 여름에 국을 끓이는 것이 매우 힘든 일이다.      

여름에 시원한 냉국을 하면 좋겠는데 남편은 꼭 끓인 국이어야 한다.      

냉국도 끓여서 식힌 후에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손이 많이 간다.      

여름에는 국 없이 먹으면 좋으련만 80 가까이 국을 먹었으니 계속 먹어야 하는데...      

이제는 반찬 가짓수도 줄이고 음식쓰레기가 덜 나오는 식재료를 사용해서 만들어야겠다.      

남편은 외식은 잘 하지 않고 집밥을 좋아한다.      

반찬을 잘 만들지 못해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이 고맙기도 하지만 힘든 건 내몫.      

가끔 외식도 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남편이 친구 만나러 가서 저녁을 먹고 오면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내 나이의 주부들은 대부분 이렇게 생각할 것 같다.      

이것도 미니멀라이프로 살아가는데 한 조건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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