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그림의 소재는 물고기다.
물고기가 상징하는 것은 벽사(僻邪), 다산(多産), 여유(餘裕)라고 한다.
잠을 잘 때도 눈을 뜨고 자고, 알을 많이 낳고,
'물고기 어(魚)'와 '남을 여(餘)'가 발음이 비슷하다고 한다.
어찌됐든 상징하는 의미가 많으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
이사를 하면 벽사의 의미로 현관문에 물고기 모양의 종을 달아 놓기도 하고,
불교에서도 사물(四物)이라고 하여
목어(木魚), 범종(梵鐘), 법고(法鼓), 운판(雲板)을 만들어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중생(짐승, 미물을 포함)을 제도하는 것을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도 물고기가 등장하는데, 목어는 수중동물을 구제하기 위하여 친다고 한다.
작품을 그리다 보니 재미도 있고
물고기가 지니고 있는 특징도 찬찬히 들여다 보게 된다.
꼬리 부분을 생동감(生動感)있게 그리는 것이 관건인데,
그 부분만 잘 그려지면 8할은 완성이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고 하듯이
눈동자도, 지느러미도 자세히 보고 그려야 한다.
특히, 마지막으로 눈동자를 그려 넣었더니 실제 용이 되어 날아갔다고 하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이라는 말처럼
가장 중요한 부분을 완성함에 온 정성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내가 더 어려워 하는 부분은 비늘을 표현하는 것이다.
다 그리고나서 마무리하는 부분인데 잘못하면 지우고 다시 그려야 한다.
가는 붓으로 숨을 참고 한번에 그려야 하는데,
손이 떨려서 잠시 쉬면 비늘이 매끄럽게 나오지 않는다.
나에게 화룡점정은 비늘을 그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