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아주 가끔,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깨었을 때, 그리고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을 때,
계속 누워있으면 허리가 아프니까 그냥 자리에서 일어난다.
침대 위에서 항상 하는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가부좌를 하고 앉는다.
그리고 나의 생각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를 들여다 본다. 심호흡을 한다.
그 생각의 중심은 머릿속을 상상하며 가슴으로 내려와 호흡하는 심장을 바라보고
풍선처럼 커졌다가 작아지는 배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호흡의 속도를 챙긴다.
그리고 생각은 가부좌한 다리로, 발목으로, 발끝으로 빠져 나간다.
가부좌한 다리는 힘이 들지만, 정신은 맑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하루가 그렇게 시작이 되면 마음은 차분해지고 행동은 가벼워지고 가뿐해진다.
많은 생각 속에 내가 바라본 나는 자신감이 없고 우유부단하다.
모임에서 서로 의견이 달랐을 때 오는 불편함을 견디기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 남의 의견에 수긍하는 편이다. 서로 갈등이 생겼을 때 설득하기보다 내가 양보하는 것이 더 편하다.
분위기나 상황을 보면서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일까를 먼저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어떨 때는 아예 말을 꺼내지 않기도 한다.
친한 친구나 지인에게 말을 하면 하나같이 자신감이 있으며 결단력이 있어 보인단다.
그리고 배려심이 많고 무난한 성격이라 모임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란다.
배려심이 많은 것은 인정하겠지만, 자신감이 있고 결단력이 있다는 말은 수긍하기 어렵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인간 관계라고 생각한다.
내가 교무부장이었을 때, 일은 잘하지만 나와 성향이 다른 직원은 뽑지 않았고, 일은 좀 부족하지만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을 뽑았다. MBTI에서 흔히 말하는 일 중심보다는 사람 중심인 'F'형이다.
나이 들어 나와 성향이 맞는 사람과 만나는 날도 점점 줄어드는데, 성향이 맞지 않은 사람과 만나 시간과 힘을 뺄 이유는 없다. 매사에 조심하며 생각을 거듭한 후에 행동하는 소심한 성격인데, 남들이 보기에는 적극적이며 결단력이 있는 시원시원한 성격으로 본다. 옛날에 비해 많이 변하기는 했지만, '내가 본 나'와 '남이 본 나'가 많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뭘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