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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Aug 12. 2022

모감주나무를 아시나요?

누구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만, 나는 자연 속에 있는 나무나 꽃, 풀 이름들을 잘 모른다. 그런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건 무슨 나무, 저건 무슨 나무, 이건 무슨 꽃, 저건 무슨 풀 하면서 줄줄 이야기를 계속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 지나다가 신기한 모양이 눈에 띄어 관심을 가질 뿐이다. 


 남편과 동네를 산책하면서 눈에 띄는 나무를 보았다. 지금은 연두색이지만, 붉게 변하면 마치 꽈리 모양의 열매인지 꽃인지 잘 모르는 나무였다. 남편도 잘 모른다고 했다. 사진을 찍어 앱을 통해 알아 봤더니 바로 모감주나무, 모감주나무 열매란다. 몽글몽글 꽈리 모양의 열매가 금방 터질 것 같이 빵빵하다.


모감주나무 열매


모감주나무를 염주나무라고도 하는데, 종자를 염주로 만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열매는 꽈리처럼 생겼는데 옅은 녹색이었다가 점차 익으면서 짙은 황색으로 변한다. 열매가 완전하게 익어갈 무렵 3개로 갈라져서 지름 5~8mm의 검은 종자가 나온다. 한여름에는 노란 꽃, 독특한 열매 모양, 가을 단풍색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유명한 조경재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에 도시 조경수종으로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잎은 청색 염료, 꽃은 황색 염료로 사용했고, 종자로는 불교에서 염주(念珠)를 만드는데 사용했다고 한다.


매일 동네 산책을 하면서 모감주나무를 유심히 보게 된다. 언제 붉게 변할까? 관심을 갖게 되고 찬찬히 살피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온다. 살아 오면서 나무에, 꽃에 유난히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어서 내 행동이 우습기도 하고... 그렇게 나쁘게 변한 것 같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한다. 아침 산책을 할 경우에는 꼭 나무를 보고 지나가야만 편안했다. 어떤 대상에 관심을 갖게 되면 그 다음은 그것을 꼼꼼하게 관찰하게 된다. 그렇게 관찰을 하면 나와의 관계가 생기게 된다. 아마 그 대상에 애정을 갖게 되어서 일 것이다. 


붉게 물들어 가는 모감주 열매


며칠 동안 폭우가 쏟아져 산책을 하지 못하자 나무가 많이 궁금해졌다. 잎이나 열매가 떨어지지 않았을까? 어떤 변화가 생겼을까? 이제는 남편이 더 많이 보고 싶어한다. 오늘 아침에도 남편이 산책을 가자고 먼저 나섰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따라 나섰다. 2주쯤 지난 후 가 보니 열매가 붉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열매가 익어서 3개로 갈라져 종자가 보이길 기다릴 뿐이다. 


신기한 모양의 모감주나무는 남편과 대화를 많이 하게 하는 이야깃거리가 되었고, 또 나의 브런치 글 소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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