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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Jul 19. 2022

동네 한바퀴

요즘같은 무더위에 아침나절 동네 한바퀴를 걸으면서 운동을 대신한다. 내가 즐겨 걷는 코스는 두 군데. 한 곳 A코스는 실개천 흐르는 물을 중심으로 빙 둘러서 난 길을 따라 걷는 것이고, 다른 한 곳 B코스는 자전거 출입 금지, 사람이 다닐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산책길, 무궁화 동산이 있는 곳이다. 아침에 일어나 그날 기분에 따라 코스를 선택하고 1시간 가량 걷는다. 가끔 1시간 30분을 걸을 때도 있는데, 그렇게 걷고 나면 손이 붓는 것 같아 되도록이면 1시간 걸으려고 한다. 이제는 욕심 부리지 않고 무리하지 않고 내 몸이 허락하는 대로 지키면서 운동을 하려고 한다. A코스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고 물에 있는 청둥오리들도 보고 어떨 때는 저수지에서 분수가 뿜어져 나오기도 하고 수련도 볼 수 있는 곳이다. 


분수와 수련



내가 혼자 나올 때에는 느리게 걷다가 빠르게 걷다가를 반복하기도 하고 또 뒤로 걷기도 하면서 앞만 보고 걷는다. 허리를 다친 남편이 두 달동안 꼼짝없이 집에만 있다가 좀 나아져서 요즘 가끔 동행을 하는데 그때는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걸을 수밖에 없다. 느릿느릿 산책을 하게 된다. 느리게 걸으면 운동의 효과는 떨어지지만 주위의 모습을 찬찬히 보게 되는 장점도 있다. 남편은 젊었을 때는 나보다 빨리 걸었는데 허리를 다친 후로 허리띠하고 지팡이 짚고 천천히 걷는 모습이 측은하고 안쓰러워 보인다. 오늘도 남편과 함께 B코스로 걷고 있는데 그동안 무심히 봐 왔던 무궁화동산에 무궁화가 피어 있고, 또 하나 나무에 물주머니가 매달려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수목물주머니는 나무에 원활한 수분공급과 영양분 공급을 위하여 제작된 것입니다.'라고 씌여 있는 물주머니이다. 요즘 비도 안 오고 날씨가 더우니까 나무들도 힘들거라 생각하고 지자체에서 수목물주머니를 나무에 매달아 주어 나무들의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다. 참 잘한 정책이고 멋진 정책이다.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었는데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모습이다. 말없이 묵묵히 있는 나무들의 심정을 헤아려 물주머니를 달아 준 사람들의 마음, 자연과 공존해 가는 일상의 모습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해 준다. 앞으로의 정책은 사람과 다른 동물, 자연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올해 핀 무궁화
나무에 매달아 놓은 수목물주머니



걷기운동으로 활력을 얻어 하루를 시작하니 기분이 상쾌해지고 우울이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다. 또 비타민 D도 팔과 다리로 쐬니 더욱 좋지 않은가?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새기며... 작심삼일이 되더라도 그 다음 또 작심삼일 하면 되겠지. 건강한 몸을 위하여, 편안한 마음을 위하여 꾸준히 할 것을 나 자신에게 약속하면서 오늘 동네 한바퀴 돌아본 나의 아침 일상을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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