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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Sep 17. 2022

나는 오늘도 이렇게 보냅니다

나의 하루는 6시경부터 시작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창문 열고 양치질(잇몸 위주로 닦는다)하고 따뜻한 물 한 컵을 마시면서 혈압약을 먹는다. 그리고 아침 식사 준비를 한다. 7시쯤 남편과 아침밥을 먹고 뉴스를 본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오전에는 함께, 오후에는 따로.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따로 또 같이'를 실천하고 있다. 


날씨가 괜찮으면 9시경 남편과 함께 동네 산책, 운동을 한다. 우리가 즐겨 찾는 장소로 가는데 남편은 천천히 걸으면서 사진도 찍는다. 나는 가끔 모델이 돼 주기도 하고 남편을 찍어 주기도 한다. 나도 걸으면서 무궁화 동산을 지나 소나무 숲길에서 심호흡하며 향을 맡기도 한다. 그 숲길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곳은 아늑하고 편안한 장소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1시간 가량 산책을 하고 집에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면 몸이 가벼워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진다. 잠시 쉰 뒤에 나는 커피 준비. 편안한 마음으로 먹는 커피는 그야말로 최고의 맛! 그리고 남편은 청소나 빨래를 하는데, 예전에 내가 직장생활할 때 어머님이 청소기로 청소하시다가 넘어져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청소는 남편 몫.


소나무 숲길


무궁화 동산


굳이 나눈 것은 아니지만 남편은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고맙게도 청소, 빨래, 쓰레기 비우기 등을 하고 나는 오직 음식 준비, 식(食)에 전념한다. 요리를 잘 하지 못하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식구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끼고 더 관심을 갖게 된다. TV나 유튜브를 보면서 새로운 음식에 도전해 보기도 한다. 


12시에 점심을 먹고 나면 남편은 친구를 만나러 나가거나 당구를 치러 나간다. 그렇지 않으면 아침 산책 때 찍어온 사진을 컴퓨터에 올려 편집하고 동영상을 만들어 가족이나 친구들 카톡방에 올린다. 그 때 간단한 감상의 글도 올리고 배경 음악도 올려서 멋지게 만든다. 나이 80을 바라보는 사람이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만지면서 동영상을 만드는 것은 대단하다고 하겠다. 어디가서 배우지 않고 오로지 독학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배운 것을 보면 그 분야에 소질이 다분히 있는 것 같다. 머리도 아직 녹슬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가족 행사가 있어서 아이들이 우리집에 오면 사진을 찍어 동영상을 만들어 가족 카톡방에 올리는 일은 남편 몫이다. 손주들은 할아버지가 만드는 모습을 보고 매우 신기해 하고 어떻게 만드느냐고 물어 보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이 보기가 참 좋다. 허리 부상이 있고부터는 많이 피곤한 지 요즘은 점심 먹고 30분 가량 낮잠을 잔다.


나의 오후는 화실에 가거나 친구나 지인을 만나기도 하고 책을 읽거나 브런치에 들어가거나 드라마를 보기도 한다. 정규 드라마는 시간이 맞지 않아 다시보기를 통해서 두세 편 몰아서 본다. 일요일에는 영화를 보기도 한다. 내가 오후에 친구 모임에 가게 되면 저녁은 남편이 혼자 차려 먹는다. 홀로서기를 하도록 밥하는 법을 알려 주었고 국과 반찬은 냉장고에서 꺼내어 데워 먹기만 하면 된다고 일러 주었다. 이제는 설거지까지 깔끔하게 해 놓고 혼자서도 잘 한다. 홀로서기를 잘 하고 있는 것 같아 안심이다. 또 남편이 저녁을 먹고 오는 날이면 나는 가볍게 먹는다. 확실히 남편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밥상의 모습이 달라진다. 나 혼자서도 잘 먹어야지 하면서도 간단하게 먹게 된다. 


오후 6시에 저녁을 먹고 저녁 뉴스를 보고 나면 나는 내 방에 가서 내 할 일을 한다. 유튜브를 보거나 브런치에 들어가 다른 작가님의 글을 읽거나 내가 직접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도 한다. 그리고 8시쯤 되면 나만의 경(經)을 읽고 기도를 한다. 매일 하지는 못하고 평균  3~4일을 읽는다. 요일을 정해 놓은 것도 아니고 그냥 마음 내키는 날 읽는다. 읽고 나면 무언가 뿌듯한 느낌이 들어 매일 읽어야 하지만 그렇게 못하고 있다. 소리 내어 계속 읽다 보니 목도 아프고 힘도 들어 자주 하지 못한다. 읽고 난 후에 잠시 명상에 잠긴다. 그리고 10시쯤 되면 나는 잠자리에 들어 오늘을 마무리하고 남편은 11시쯤 잠자리에 들어간다. 이렇게 나의 하루의 모습을, 아니 우리 부부의 하루의 모습을 적어 보았다. 나이가 들어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 놓거나 계획을 세우거나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살아가고 있다. 젊어서는 사소한 것에서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내가 하냐 네가 하냐고 했던 것들도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정말 자연스럽게 할 일들이 구분되어지고 있다. 이것이 세월이 만들어 놓은 부부들만의 규칙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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