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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Dec 21. 2022

인사동길

요즈음 두 달동안 인사동(仁寺洞)을 가는 날이 많아졌다. 지인의 개인 작품전(경인미술관), 우리 화실 회원들의 단체 전시인 '예우회전'(콩세유 갤러리), 선생님의 그룹전(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등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시가 열렸었다.


인사동길은 현대식 건물과 전통이 함께 살아있는 곳이다. 한국적 특색이 가장 잘 드러나는 거리로, 갤러리 뿐만 아니라 고미술품전, 공예품전, 골동품전, 화방, 전통찻집, 전통 옷가게, 토속 음식점 등 우리나라의 많은 전통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서울의 대표 거리 중 하나이며, 외국인들의 서울 관광 필수 코스이기도 하다. 정부에서는 문화 거리를 양성하기 위해 1988년에 인사동을 '전통 문화의 거리'로 지정하고, 1997년에는 주말마다 '차 없는 거리'로 지정하여 관광객들과 우리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2002년에는 한국 제 1호 문화지구로 지정되면서 인사동은 전통 문화 거리로 변모하게 되었다. 지하철 안국역 역사에는 많은 화가, 문필가들이 각자의 방법으로 인사동을 표현한 글과 그림들이 한 벽면에 붙어있다. '인사동, 저마다의 그리움이 누구나의 그리움을 만나 너울지는 곳.(시인 조명)' '서울이 고향인 나에게 근원적인 향수가 되는 곳. 마천루 화려함 속에 은은한 무채색으로 빛을 발하는 이곳은, 인사동이다.(소설가 이선영)' '이후 백년의 세월이 흘러도 여기 인사동 거리에 봄 여름 가을 겨울이 거듭되고 눈비가 내리고 또한 내가 지금 그리워하는 이들과 함께 오고가기를 바란다.(소설가 윤대녕)' 


나에게 있어 인사동길은 1960년대 중고등학교 6년을 다녔던 길이고, 1980년대 창덕여고에서 교직생활을 하면서 즐겨 다녔던 길이다. 내가 기억하는 인사동길은 많은 가게들의 부침(浮沈)이 있는 중에도 전통의 뿌리를 그대로 간직해왔다는 것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규율이 엄격하여 인사동 초입에 있는 태극당 빵집에는 가지도 못하고, 창덕여고에서 교직생활할 때 선생님들과 옛 이야기하면서 갔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없어지고 다른 가게가 들어섰다. 내가 다니던 풍문여고도 다른 곳으로 이전했고 지금은 학교 건물과 은행나무만 남아 있으며 서울공예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내가 근무하던 창덕여고도 강남으로 이전하여 지금은 헌법재판소가 자리잡고 있으며 학교의 명물인 백송(白松)만 그 자리에 남아 있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것이겠지만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된다. 


사람이 많은 인사동길을 가족, 친구, 지인들과 다니기도 하고 혼자서 거닐 때도 있다. 사람이 많이 다니면 그런 대로 거리가 활기가 차서 좋고, 사람이 적을 때는 고즈넉하게 천천히 주위를 구경하면서 거닐면 그것 또한 멋스러운 일이다. 길거리에서 파는 음식도 인기가 많은데 꿀타래를 파는 가게는 항상 사람들이 모여있다. 파는 점원의 말솜씨와 손동작에 눈이 가며 웃음을 유발한다. 구경하다 다리가 아프고 힘들면 전통찻집에 가서 쌍화차, 대추차 등을 마시면서 여유를 갖는다. 바삐 돌아가는 현대 사회 속에서 '전통'이라는 단어는 편안한 숨을 쉬게 해 주고 잠시 주위를 돌아보게 되는 여유로움을 갖게 해 준다. 인사동길은 관광객을 위해 꾸며놓은 길이지만 우리에게도 우리의 것에 관심을 갖게 해 주는 길이기도 하다. 가끔 중국산이 눈에 띄는 안타까움도 있지만... 공예품 전문 복합 쇼핑몰인 '쌈지길' 건물은 미적 감각을 살려 전 구간을 감성있는 풍경으로 꾸며 놓았고, 2019년에는 전통 문화 복합 쇼핑 공간인 '안녕 인사동' 건물도 생겼다. 각기 다른 전통 공예품을 팔고 있는 가게가 많은 인사동길은 작은 박물관이라고 생각한다.

도채비도 반한 찻집(생강차, 대추차)


옛날에 비해 요즈음은 갤러리가 많아졌다. 그만큼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나 보다. 오늘도 지인의 개인전을 축하하기 위해 인사동에 있는 전시장(갤러리 이즈)에 다녀왔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전시장 안은 열기가 있고 활기가 넘쳤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화사하고 섬세한 지인의 그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고 따뜻하게 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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