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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Jun 08. 2023

휴(休)

   

<국화향기>, 유화, 어수정 作, 2023.6.8




항아리에 가득 담긴 국화, 소국(小菊). 내가 유난히 좋아하는 꽃이다.

  큰 국화, 작은 국화 다 좋아한다. 수국(水菊)도 좋다. 

큰 국화는 주로 장례 때나 제례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꽃이지만, 그래도 좋다. 

한 사람의 삶에서 국화가 그 향기와 함께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주는 꽃이라서 더 의미가 크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국화는 서정주의 시에서 

온갖 풍상을 겪고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서 있는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라고 하여 왠지 그냥 수더분한 느낌이 든다. 

향기가 짙긴 하지만 그래도 수더분한 모습에서 호감(好感)이 가는 꽃이다. 


항아리에 가득 채워 둔 소국, 그리고 나의 시간들. 

바쁜 일상 속에서 가끔 쉼(休)이 필요하다. 

나의 쉼(休)은 꽃 향기를 맡으며 편안함을 갖고,

그러다 책을 보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기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갖기도 한다. 


"기도가 잘 안 되는

여름 오후

수국이 가득한 꽃밭에서

더위를 식히네//

꽃잎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흐르고

잎새마다

물 흐르는 소리//

각박한 세상에도 

서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어 하나가 되는 꽃// 

혼자서 여름을 앓던 

내 안에도 오늘은 

푸르디 푸른 

한 다발의 희망이 피네//

  수국처럼 둥근 웃음 

내 이웃들의 웃음이 

꽃무더기로 쏟아지네." 


이해인(李海仁)의 '수국(水菊)을 보며'라는 시를 읊으며 

나름 기쁨을 느끼며 힐링하는 시간을 보낸다. 

 이런 시간은 처음이 아닌데도 처음인 듯 항상 새롭다. 


나무가 미련없이 잎을 버리듯 

더 자유롭게, 더 홀가분하게 그리고 더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하나의 높은 산에 이르기 위해 여러 개의 낮은 언덕도 넘어야 하고, 

하나의 큰 바다에 이르기 위해 여러 개의 작은 강도 건너야 한다. 

그러나 잠시 쉼(休)도 쉬어 가면서 가야한다. 

일상의 일들을 최선의 노력으로 견뎌내야 하면서도 

잠시잠시 쉼(休)이 있어야 내 주위를 넓게, 또 멀리 볼 수 있는 것이다. 


일상과 쉼(休)의 균형이 잘 이루어졌을 때 

우리의 바이오 리듬은 제대로 작동되면서 감정도 편안하게 표현된다. 

우리의 생활이 어느 한 쪽으로 편중된다면 

바이오 리듬이 깨져서 신체 뿐만이 아니라 감정도 힘들어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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