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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Aug 06. 2023

무더위 속에 제주도를 다녀왔다

오랜만에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아들 가족, 딸과 함께 4박 5일동안 제주도를 여행했다. 두 대의 차를 렌트하여 한 대는 아들이 운전, 다른 한 대는 내가 운전하면서 '따로 또 같이' 하는 즐거운 여행을 했다. 여름은 견디기 힘들어 집에 있는 것이 피서라 생각하고 지내려는데, 아들 내외가 함께 가자고 하여 같이 여행하기로 했다. 계속 싫다고 하면 나중에는 아예 가자고도 하지 않을 것 같아 못이기는 척 다녀왔다. 무척 더워도 바람 쐬고 오니 마음이 한결 나아졌다. 에어컨에, 운전에 몸은 피곤했지만 피곤한 줄 모르고 손주들과 즐겁게 지내고 왔다. 운전하면서 쭉 뻗은 도로에 제주도만의 하늘색, 제주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무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눈은 시원하고 마음은 상쾌해짐을 느꼈다.


10여 년 전, 퇴직 기념으로 딸과 함께 2박 3일 제주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한라산을 제외하고 동서남북의 명소라고 이름이 난 곳을 차로 운전하며 제주도를 한바퀴 돌아다녔던 기억이 있다. 나는 여행을 다닐 때 메모하는 습관이 있는데, 여행 다녀 온 후에 다시 감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과거에 적어 놓은 메모를 보니 서귀포시 성산읍에 숙소를 정하고 비자림 숲 산책, 이중섭 미술관, 삼방산 탄산온천, 성산 일출봉, 영화 <건축학 개론>으로 유명해진 위미항까지 가서 배경이 된 집 구경, 테디베어 뮤지엄, 오설록 티뮤지엄, 한담 해변 산책로 등을 구경하며 쌍둥이 횟집, may飛 커피, 섭지코지의 갈치조림, 덕성원의 게짬뽕, 하우스 레시피의 당근빵, 키친 애월의 돈까스, 함덕 해녀촌의 성게 보말죽, 소라구이 등을 먹은 기억이 난다. 그때는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가고 싶은 곳,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을 찾아 다니면서 여행을 즐겼었다.


이번 여행은 아들이 제주시 애월읍에 팬션으로 집 한 채를 빌려 우리 식구들만 지내는 곳이었다. 아들은 어린애들이 있으니 주로 해수욕장 위주로 다녔고,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 우리와 함께 했다. 해설을 해 주는 환상숲 곶자왈 공원의 숲체험은 아이들과 함께 했다. 우리는 우리 대로 숙소인 애월읍에서 차로 20분 가량 걸리는 지역에서만 지냈다. 과거처럼 바쁘게 다녔던 여행을 하지 않고 이번에는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느리게 하고 싶은 것을 하자고 했다. 곽지 해수욕장, 협재 해수욕장을 먼발치에서 구경하며 바닷 바람을 맞으며 거닐었다. 딸은 오전에 드안요가원에서 요가로 몸을 풀고 나는 커피숖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딸을 기다리고... '소길별하'라고 하는 이효리가 살았던 집에도 가 보고, '애월빵공장'에 가서 맛있는 빵과 커피를 마시면서 바다를 바라보는 여유는 참으로 느긋하고 편안하고 시원했다. 또 '책방 小里小文'에 들러 책을 고르고 구입하기도 하는데 제주도에 온 기념으로 손주들 책을 구입했다. '동경책방'이라는 곳은 커피도 마시면서 책을 볼 수도 있는 작은 서점인데, 눈에 띄는 책이 있어 구입하고 편안하게 책을 볼 수 있어 기분이 좋았다. 과거에는 명소를 갔다왔다는 것이 여행이라면, 이제는 마음이 내키는 대로 편안한 곳이면 즐거운 여행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묵었던 숙소
'소길별하' 이효리가 살았던 집


애월빵공장에서 바라본 제주바다
빵, 커피와 함께 바다를 보다
환상숲 곶자왈 공원


여행 4일째, 많이 피곤했나 보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오전에 '홀즈애월'이라는 독일빵집에서 빵을 사면서 약국이 어디쯤 있냐고 물었더니, 약국은 15분을 가야 있고 5분 거리에 보건소가 있다고 하여 네비를 찍고 보건소에 갔다. 유수암보건진료소에서 간략히 문진하고 3일치 약을 주는데 비용이 900원이란다. 서울에서는 상상도 못할 금액이라 다시 물으니 역시 900원. 의료보험이라고는 하지만 이렇게 싸도 되는가 싶었다. 다행히 약을 먹고 감기는 나았지만 목은 아직도 잠겨있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제도의 효율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이날 점심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통갈치 구이, 고등어 구이를 전문으로 하는 단풍나무 생선구이집에서 내가 사 주었다. 맛있게 먹으면서 손주들이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피곤함이 사라지고 흐뭇했다.

아들과 며느리, 딸이 행복해 하는 모습도 좋지만, 손주들이 웃고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좋다. 아마 내리사랑이라서 그럴까? 서울로 오는 날은 동문재래시장에 들러 오란다 과자를 사고 '제라헌 오메기떡'은 배달을 시키고, 5일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준 고마운 아반테와는 작별하고 제주공항으로 향했다. 아들 가족은 하루 더 해수욕장에서 놀다가 다음날 서울로 왔다. 


일기예보에는 이틀 정도 제주도에 비가 온다고 했는데, 있는 동안 한 번도 비가 내리지 않고 맑고 파란 하늘에 마음까지 기분이 좋았다. 서울에서 보는 파란 하늘색과 제주도에서 보는 파란 하늘색이 묘하게 다름을 보았고, 올해는 여행객도 많지 않아서 여유롭게 마음 편히 여행을 한 것 같다. 더워도 바닷바람을 쐬고 온 것이 그래도 더운 여름을 보내는데 수월하지 않은가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여름이면 바다, 바다로 나가는가 보다. 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서울은 뙤약볕에 몸조심하고 물 많이 마시라고 안내문자가 수시로 오고 있는 실정이다. 더워도 너무 더운 올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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