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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Aug 22. 2023

이제 운전 면허증을 반납해야 하나?

내가 운전 면허증을 딴 것은 1982년. 운전을 시작한 것은 1992년. 지금까지 30여 년을 나의 애마(愛馬)와 함께 지냈다. 1982년 처음 운전 면허증을 딸 때, 필기 시험 합격 후 실기 시험은 그 당시 '마(魔)의 고개'라고 하는 곳에서 한 번 떨어졌다. 그때는 내 차 옆에 시험관이 함께 타서 "탈락입니다. 내리세요." 하면 왜 탈락인 줄도 모르고 그냥 내려야 했다. 그러면 다시 접수하고 시험을 또 봐야만 했다. 다행히 나는 두 번만에 붙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차의 필요성을 느껴 1992년에 출퇴근용으로 차를 구입했다. 내 차를 직접 운전하기 전에 시내연수를 10시간 정도 받아야 했다. 처음은 현대자동차 소형 '엑셀'을 구입하여 조심스럽게 운전을 시작했다. 온갖 신경을 쓰며 운전하느라 몸은 좀 힘들었지만, 기분은 날아갈 듯이 좋았다. 아침 출근 시간에 지옥 버스를 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은가? 몇 년을 애마와 함께 하니 편하게 운전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애마는 '아반떼'. 직장생활에서 진로 상담부장, 교무부장 등 중요한 직책을 맡아 한창 바쁘게 일할 시기에 아반떼와 함께 했다. 스페인어로 '앞으로'라는 뜻처럼 아반떼는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해 주었다. 또 친구들과 차로 여행을 갈 때도 아반떼는 우리와 함께 했다. 퇴직할 무렵 세 번째 애마는 기아차 '쏘올 소형 SUV'. 차 모양이 예뻐 구입하게 되었다.


퇴직 후, 출퇴근을 하지 않으니 차를 운전할 기회가 적었다. 시어머니가 병원에 다니실 때나 입퇴원하실 때 쏘올은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제는 우리가 병원에 갈 때나 명절 준비를 위해 식재료를 많이 살 때 외에는 차는 주차장에서 쉬어야 했다. 나이 70중반이 되니 정부에서는 노인 사고율이 많아진다고 운전면허 적성검사도 3년마다 갱신하라고 하고, 운전 면허증을 반납하라고 하는데 나는 아직 반납하고 싶지 않다. 지금 내 마음으로는 낮에만 운전하는 조건으로 5년 정도는 더 운전해도 괜찮을 것 같다. 아무래도 세월을 무시할 수 없으니 밤에 운전하거나 낯선 곳을 운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번 제주여행때 내가 운전을 하면서 즐겁게 여행을 하고 왔는데, 5일동안 운전을 계속 해서 그런지 많이 피곤하고 주차할 때도 가벼운 접촉사고가 나기도 했고, 혼자 주차하면서 앞 범퍼에 상처를 내기도 했다. 낯선 장소에서 생긴 사고라 많이 당황했는데, 다행히 아들이 보험을 다 들어놨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하여 안심했다. 젊을 때 운전하면서 접촉사고와 교통법규 위반은 있었지만, 퇴직 후 운전할 때는 안전 위주로 운전을 해 그 동안 무사고 운전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운전을 잘 했는데도 사고가 생겨 크게 당황을 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운전 면허증을 반납해야 하는 때가 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마음은 5년 정도 더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몸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딸은 자기가 운전을 한다고 하는데, 내가 운전을 오래 하다보니 나에게 나타나는 폐단은 옆 조수석에 앉으면 내 오른쪽 다리는 없는 엑셀, 없는 브레이크를 밟느라 굉장히 바쁘다. 그러다 좀 멀리 가면 머리가 아프고 속이 메슥거리고 좋지 않은 상태가 된다. 그래서 웬만하면 내가 직접 운전한다. 아니면 아예 뒷자리에 앉는다. 그런데 뒷자리에 앉으면 달리는 재미가 없다. 운전하면서 쾌감은 쭉 뻗은 길을 달릴 때 나타난다. 차량통행은 많지 않고 쭉 뻗은 길을 내 차가 혼자서 달릴 때 그 기분은 짜릿하다. 이 맛에 운전을 계속 하게 된다. 이제는 그런 기분도 내려놓고 자주 가는 길만 안전 운전을 하든지 면허증을 반납하고 BMW(버스, 지하철, 도보) 위주로 하든지 해야겠다. 한 1년을 더 생각해 보고 모두를 위한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할 시기가 왔다. 

쭉 뻗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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